그럼에도 최근 몇몇 저축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한도 축소, 심사 강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자 고육책을 꺼내들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은행에 이어 2금융권에도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요구하면서 중·저신용자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업계는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면서 대출 평균금리가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은 핀테크 앱 연계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카드사들은 카드론 마케팅을 줄이는 등 대출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2금융권은 시중은행에 비해 그나마 대출 여력이 있는 것으로 꼽혔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신용대출을 개인 연소득 이내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8월 이후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금융권에 대한 총량규제를 본격화하고 카드대출 연 6%(전년 대비 증가율), 보험회사 4.1%, 상호금융권 4.1%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저축은행에도 기존 한도 21.1%를 잘 지켜달라고 권고했다.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도 2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2.79~3.32%로 작년 9월 연 2.11~2.57%에 비해 0.6~0.8%포인트 이상 올랐다. 여기에 대부분의 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에 은행 고객들이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대출 한도도 빠르게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2금융권 대출도 ‘바늘구멍’이 되면 주된 이용자인 중·저신용자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2금융권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은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직원 월급, 운영비용)이나 직장인의 생활비 등 필수생계자금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이 중저신용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면 이들은 살인적 고금리를 물리는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6일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에 내년 7월로 예정된 카드론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편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혁/김대훈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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