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인 기술정보는 도난당하기는 쉽지만 도난당한 것을 알기는 어렵다. 수년 동안 어렵게 개발한 첨단 기술도 몇 초 만에 유출될 수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외국 산업 스파이와 경쟁자들의 기술유출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23건의 해외 기술유출이 적발됐다. 경찰청도 최근 약 6년간 총 650여 건의 산업기술유출 사건을 입건했고 검거한 인원만 해도 1700명이 넘는다. 특허청이 미국·영국의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연간 영업비밀 유출 피해 규모는 최대 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기술유출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발이 어렵고, 설사 적발된다 해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기술유출이 잇따르는 이유다.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고액연봉을 제시하는 해외 경쟁기업의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유출 범죄의 검거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범죄의 형량을 기존 15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또한 같은 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영업비밀 해외유출도 기존 10년 이하 징역에서 1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했다.
기술침해에 대한 정부의 법 집행 의지도 강화됐다. 올해 7월 기술전문성을 가진 특허청이 기술경찰을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전문화된 수사를 시작했다. 수백 명의 박사급 인재를 보유한 특허청이 특허 심사로 쌓은 기술과 법적 쟁점 판단에 대한 노하우를 수사에 활용함으로써,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첨단기술유출 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관련 법률의 형량은 상향됐으나 법원의 양형기준은 제자리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처벌 수위는 낮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의 국외 유출 처벌 수준은 ‘기본’의 경우 1년에서 3년6개월의 징역, ‘감경’의 경우 징역 10개월에서 1년6개월까지이며 ‘가중’ 처벌의 최대치도 징역 2년에서 6년까지에 불과하다. 낮은 수준의 처벌은 영업비밀 유출을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
기술유출은 우리나라 관련 산업의 붕괴까지 유발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다. 양형기준 강화와 전문수사기관의 역할 강화 등을 통한 엄정한 법 집행으로, 기술유출 범죄를 뿌리 뽑고 험난한 기술패권 경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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