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더릭 터먼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은 1951년 산학 협력과 창업을 강조하며 스탠퍼드 산업단지를 설립했다. 미국 전자업계 신문인 일렉트로닉뉴스에 돈 회플러는 1971년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재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수십 년간 공들여 쌓아온 DT의 주체는 누구일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일까. 아니다. 그 주체는 우리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DT의 성공은 ‘인재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DT 시대는 성공방정식 변화도 요구한다. 기존의 성공방정식은 경쟁을 통한 생존이었다. 대입도, 취업도, 승진도 모두 경쟁을 통한 생존의 원리였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경쟁을 통한 생존보다는 협업을 통한 공존을 요구한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우리만 마스크를 잘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지구촌 모두가 함께 방역에 힘써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집 아이만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한다고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아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비로소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누릴 수 있는 네트워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인간과의 경쟁을 통한 생존에 익숙한 우리는 이제 인간과의 협업을 통한 공존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AI와의 협업을 통한 공존도 모색해야 한다. 로봇과 AI가 단순반복적인 일상업무 수행을 시작으로 협업의 폭을 키워갈수록 잉여인력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변화의 시기를 ‘대량해고의 위기’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 전환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기존의 업무를 재설계함으로써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새로운 업무를 도입함으로써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단, 재설계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인재 전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된 지 5년이 지났다. 국내에서도 대부분 콘퍼런스와 세미나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로 점철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정확히 개념을 모르는 ‘4차 산업혁명’이 누구나 들어본 단어가 됐다. 1차·2차·3차 산업혁명은 각 산업혁명이 완료되고 나서 인류가 규정했으나, 4차 산업혁명은 그 출발점에서 정치적 구호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난 십수 년간 녹색혁명·창조경제·4차 산업혁명 등의 다양한 개념이 소개되면서, 생산적 인간인 호모파베르가 될 것을 독려했다. 그리하여 기나긴 노동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유희적인 인간인 호모루덴스의 시대가 열릴 듯한 희망도 꿈꿨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희망과 희망고문을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생겼다. 가족을 위해서 일하다가 일에 매몰돼 가족과 소원해진 경우도 있고, 행복하려고 다닌 직장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린 경험에서 우러나온 학습효과다.
특히나 경제활동을 위해 출근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일터에서 주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생산적 인간인 호모파베르와 유희적 인간인 호모루덴스가 공존하는 시대다. 재미와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호모파덴스 유형의 인재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미래를 꿈꿔야 한다. 호모파덴스, 그들이야말로 DT 시대에 원하는 일을 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우리의 인재상이다.
따라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성공방정식은 경쟁을 통한 생존보다는 협업을 통한 공존으로, 대량해고보다는 일자리 창출로, 호모파베르와 호모루덴스가 조화를 이룬 호모파덴스로의 인재 전환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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