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흥영화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지난해 5월 낙상 사고를 당해 약 1년7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이 전 대표는 1938년 평양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6·25전쟁 때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1959년 한 무역업자가 영화 제작을 권유하면서 고인의 첫 영화 ‘유정천리’가 탄생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후 1974년 의정부 극장을 인수하면서 영화계에 본격 진출했다. 경기, 강원지역의 영화 배급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1983년 태창영화사를 인수해 태흥영화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 전 대표는 임권택 감독과의 돈독한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를 시작으로 임 감독과 함께 ‘장군의 아들’(1990), ‘서편제’(1993), ‘태백산맥’(1994) 등을 만들며 국내 대표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작품을 내놨다. 임 감독과 ‘춘향뎐’(2000), ‘취화선’(2002), ‘하류인생’(2004) 등을 잇달아 만들었으며, ‘춘향뎐’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에 진출했다. ‘하류인생’은 실제 이 전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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