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전격 만남을 가졌다.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지 2주 만에 두 사람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것이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참여를 요청했고,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상임 고문’을 수락했다. 한때 경선 불복 논란까지 벌어진 양측의 갈등이 이번 ‘종로 회동’으로 완전 봉합될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인생으로나 당의 활동 이력으로나 삶의 경륜과 역량으로 보나 부족함 없는 분”이라고 이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우리는) 민주당이라고 하는 같은 DNA를 가진 하나의 팀원이라 생각한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회동 직후 SNS에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힘을 모아 함께하겠다는 말씀 주셨다”며 “‘원팀’을 넘어 ‘드림팀’으로 가자는 말씀에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지지자를 향해서는 “민주당 정신과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를 호소 드린다”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마음에 남은 상처가 아물도록 당과 지도부도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선대위 내 상임 고문을 내세우는 건 이례적이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만이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 주요 인사는 공동 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추미애 당시 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이었고, 이해찬 전 대표 등 10여 명이 넘는 주요 인사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에서 경쟁한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장 신분으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때문에 공동 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공동 선대위원장 선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 이유다.
예상과 달리 이 후보가 선대위 내 상임 고문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면서 이 전 대표를 예우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외곽 지원’에만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가까운 의원과 지지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신중히 대화하겠다”며 “동지들 마음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의 화합 의지가 이 후보가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외곽에서 지원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에서 판단할 문제”라고만 답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경선 때 이낙연 캠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선대위 참여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또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이던 신복지 정책을 직접 챙기기로 약속했다.
이날 찻집 앞에는 이 후보 지지자들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몰려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사사오입 철회하라’, ‘지켜줄게 이낙연’ 등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원팀”을 외치며 경선 승복을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이들의 회동 형식이 ‘막걸리 만찬’으로 이뤄지길 기대했지만 장소가 찻집인 데다 시간이 30분에 그친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후보는 25일 경기지사에서 사퇴할 예정이다. 이후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는 28일 전에 문 대통령과의 만남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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