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6일 08: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검사기를 한 번에 개발해 제작하는 능력은 저희가 독보적이라고 자부합니다. 기술력이 고도화될수록 사람 한 명 없이도 공장이 돌아가는 완전한 스마트팩토리를 볼 날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모든 불량품 잡아내는 AI 꿈꾸다
정한섭 트윔 대표(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인 공장은 검사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윔은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AI를 적용한 검사 소프트웨어와 검사기기를 만들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 현장에 검사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 여러 제조공장에 가보면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 검사 현장”이라며 “정형화된 기준으로 정상과 불량을 분류하는 기계만으로는 100% 검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다시 한 번 검사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트윔은 AI가 끊임없이 다양한 불량 유형을 학습하는 방식을 통해 완벽한 검사가 가능한 스마트팩토리를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GC인삼공사의 간판 제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 제조공장이 트윔의 검사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 제품은 홍삼진액을 소형 파우치에 밀봉하기 때문에 포장이 완료된 이후에도 정교한 검사가 필요하다. 정 대표는 “생산과정에서 AI가 학습을 통해 불량 유형을 세분화하면서 검사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기계가 경험하지 않았던 불량 유형도 직관적으로 판단해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윔은 KGC인삼공사 외에도 삼성SDI, CJ제일제당 등 10여개 기업에 AI 소프트웨어와 검사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관련 장비 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곳까지 합치면 현재 45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50억원, 순이익 32억원을 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182억원)의 82.4%를 거뒀다.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실적(29억원)을 넘어섰다.
◆10평방서 시작해 덩치 100배 불려
11년 전 회사가 설립될 때만 해도 이 같은 성과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트윔은 2010년 충청도의 한 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33㎡(10평) 규모 방 한 칸에서 출발했다. 에이시스정보기술, 시스메카, 원익테라세미콘 등 중소기업에서 10여년간 공장 자동화 관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정 대표가 같은 충북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인 김보철 부사장과 손잡고 창업했다. 사명은 두 사람이 대학 시절 활동했던 창업동아리 이름에서 따왔다. 매월 10만원씩을 공간 사용료로 내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장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했다. 정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인만큼 관련한 생산설비도 대폭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설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외주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봤다”고 회상했다.이름 모를 신생업체로서 외주를 따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회사를 세우고 4개월 동안 기업들을 찾아다닌 끝에야 발광다이오드(LED)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첫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트윔이 출범 첫 해 거둔 매출은 1억9000만원, 순이익은 2000만원이었다.
인재 영입 역시 ‘하늘의 별따기’였다. 실력 있는 경력자 채용은 엄두도 못 냈고, 신입사원조차 몇 명이나 뽑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채용공고에 관심을 보인 명문대생은 전혀 없었다. 몇몇 지방대 학생만이 지원 원서를 냈다. 정 대표는 이들 중 배우려는 열정이 강한 신입사원을 뽑아 직접 회사의 주축으로 키웠다. 그는 “신입들을 교육시켜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해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당시 할 수 있는 유일한 인재 육성법이었다”며 “매년 이 같은 방식을 반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트윔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객을 하나둘씩 늘려가며 몸집을 키웠다. 2017년엔 매출 656억원, 순이익 316억원을 거두며 창사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창사 후 8년간 매년 흑자를 내며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무렵 AI 검사사업을 시작하면서 새 성장엔진을 달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되면서 투자를 희망하는 금융회사들도 나타났다. 트윔은 2017~2018년 헤르메스사모투자와 아주IB투자, 대신증권 등으로부터 잇달아 투자를 받았다.
◆"4년 후 매출 2000억" 목표
공교롭게도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위기가 찾아왔다. 2018년 핵심고객인 톱텍이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로 외주 물량을 대폭 줄인 여파로 트윔은 창사 후 처음으로 적자(순손실 42억원)를 냈다. 매출(57억원)은 1년 만에 91.3% 줄었다. 당시 톱텍은 트윔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졌다. 예상치 못한 ‘어닝쇼크’에 트윔은 상장 계획도 접었다. 정 대표는 “특정 고객에 너무 의존했던 사업구조가 문제였다”고 했다.트윔은 이때부터 고객 다변화에 힘을 쏟았다. 2018년만 해도 9곳이었던 고객 수를 3년 만에 다섯 배 늘렸다. 실적 부진에도 AI 검사 분야에 대한 투자는 이어갔다. 채용 방침도 그대로 유지했다. 매년 신규 직원을 뽑았다. 3년 전 80여명이던 트윔 임직원 수는 현재 130명까지 늘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설비 제어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톱텍의 공백을 메워가면서 새 먹거리인 AI 검사사업 실적을 쌓아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5년에는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윔은 다음달 상장을 통해 200억원 이상을 조달해 △AI 서버?광학장비?다관절로봇 장비 등 설비 확충 △연구개발 인력 충원 △해외시장 진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공모 과정에서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122만주로 상장 후 전체 발행주식(725만4894주)의 16.8% 수준이다. 희망 공모가격(1만7800~2만400원)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480억원이다. 정 대표는 “회사가 다시 도약하는 과정에서 몸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며 “매출의 90% 이상이 날아간 위기를 극복해낸 저력을 투자자들한테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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