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지사직을 내려놓고 대선 가도에 본격 뛰어들었다. 자유로운 몸이 된 그는 당 지도부의 강력 지원을 받으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등에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의혹’ 해소와 2030세대 비호감도 개선, ‘집토끼 지키기’ 등이 대권 가도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회견에서 “임기를 다하지 못해 도민에게 아쉽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1380만 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에서 내려와 50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의 대표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4년간의 지사직을 돌아보며 자신의 높은 공약 이행률을 성과로 꼽았다. 이 후보는 “지난 6월 기준으로 경기도 공약 이행률 98%를 달성했다”며 “공공건설 표준시장 단가제 도입과 지역화폐 확대, 계곡 하천 정비 사업 등 많은 성과가 있지만 도민에게 각자의 시·군을 넘어 경기 도민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한 것이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다음 주요 행보는 예비후보 등록 및 대통령과의 만남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26일 오전 11시 상춘재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 ‘원팀’ 선대위 구성에 합의한 데 이어 문 대통령과 회동 일정을 잡으며 대선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후보 등록도 이르면 이날 이뤄질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꼽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 후보 측근이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이익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부각되면서 이 후보가 중도층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후보는 이날도 “나는 아무리 뒤져도 나올 것이 없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유권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19~20일 진행한 조사에서 스스로를 중도 성향이라 밝힌 응답자의 55.4%는 ‘대장동 토건비리 의혹에 대해 이 후보와 국민의힘 중 어느 쪽 책임이 큰가’라는 질문에 ‘이 후보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는 73.5%가 이 후보 측 책임이 크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가 지난 18일 있었던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반영한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 측의 정면돌파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경선 캠프 출신인 한 의원은 “야당의 대선 최종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반(反)이재명 연대로 전열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럴 경우 4·16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었던 청년층의 대거 이탈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층을 포함한 ‘집토끼 잡기’는 경선이 남긴 숙제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경선 이후에도 민주당 선관위의 무효표 처리를 문제삼으며 ‘원팀 합류’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끊임없이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설득하겠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선거에 참여한 것이 아닌,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다는 점을 설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고문을 맡은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김두관 의원 등을 선대위에 합류시키고, 당 밖에서도 정치권과 거리가 있는 인사를 섭외한다는 방침이다.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여성 프로바둑기사 이다혜 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영입한 바 있다.
야당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 간 의혹을 파헤치는 ‘네거티브 선거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선에서 이 후보 측 전략을 총괄한 이근형 윈지코리아 대표는 이달 초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어필할 계획”이라며 “경제 비리, 토건세력과 유착 등 야당의 고질적인 속성을 유권자에게 부각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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