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지난 4월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이후 기존 사업과 직원들을 통째로 다른 금융회사에 넘기는 ‘통매각’과 사업을 쪼개 파는 ‘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높은 인건비 구조는 물론 예대마진·오프라인 중심인 전통적 리테일뱅킹의 한계를 극복할 만큼의 매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국 씨티그룹 본사는 연내 출구전략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만큼 씨티은행이 매각 조건을 재정비하고 다시 협상에 나설 여력도 미미하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이날 “수개월간 고용 승계를 전제로 하는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출구전략을 추진했으나 이를 수용하는 금융회사가 없었다”며 “전통적 소비자금융 사업이 처한 어려운 환경과 당행의 인력 구조, 전적 인원 제한 등으로 (부분 매각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도 매각을 원했지만 산다는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단계적 폐지로 선회한 것 같다”고 했다.
우선 소비자가 현재 보유한 예적금과 대출, 카드, 신탁 등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계약 만기 또는 해지 전까지 지금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영업점과 모바일·인터넷뱅킹, 콜센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도 추가 안내 전까지 그대로 운영한다. 대출 연장의 경우 연장 기준을 포함한 상세 내용을 소비자에게 별도로 안내하기로 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추후 공지되는 날부터 중단된다. 소비자의 자산 이전도 유도한다. 대출의 경우 오는 11월 1일부터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중도상환할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불편이 없도록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폐지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음을 사전 통지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조치 명령을 내리면 은행은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 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등을 폐지 절차 개시 전에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이번 폐지 결정이 은행법에 따른 ‘폐업 인가’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은행의 사업 폐지가 금융위의 인가 사항이라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을 향해 “(폐지) 인가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법적 검토를 거쳐 이에 대한 결과를 27일 정례회의에서 조치 명령 발동 여부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기업금융 부문 직원에게도 희망퇴직 문턱을 없애고 퇴직자에게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특별퇴직금에 더해 근속연수에 따라 늘어나는 누진제 방식의 퇴직금까지 고려하면, 소비자금융 부문 직원 2400명 가운데 절반만 나가도 희망퇴직 비용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특히 희망퇴직 과정에서 강압 행위를 금지하고, 계속 근무를 택하는 직원의 고용 안정을 확보해줄 것을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희망퇴직 합의와 별개로 노조는 은행의 사업 폐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청산 절차 개시까지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빈난새/정소람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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