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 ‘혼조세’가 짙어지고 있다. 한 달 전보다 매물이 증가하면서 호가를 수천만원 낮춘 물건이 출현했고, 실제로 최고가 대비 수억원 떨어진 거래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 고가를 갈아치우는 신고가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량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6으로 집계됐다. 전주(101.9)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을수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8월 첫째주 107.9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첫째주(107.2) 이후 6주 연속 하락했다. 그만큼 집을 사겠다는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주 지수는 지난 4월 셋째주(101.1)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다.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매물이 쌓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해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에 비해 10% 넘게 증가했다. 지난 9월 말(25일 기준) 매물은 3만8635건으로 채 4만건이 되지 않았지만 이달 25일 4만2543건으로 증가하며 전달 대비 10.11% 늘어난 것이다.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2591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8월(4186건)보다 38.10% 줄었다. 10월 거래량도 이날 기준 643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았으나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매물이 쌓이고 있는 만큼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춘 가격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포착된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초포레스타1단지 전용면적 155㎡ 아파트는 지난 6일 실거래가가 직전 실거래가인 18억5000만원에서 3억원(16.2%) 내려 15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1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39㎡도 종전 12억7500만원에서 1억원 넘게 떨어져 11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하지만 전 고가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뛴 가격에 매매되는 신고가 거래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줄다 보니 한쪽에선 최고가 거래 아파트가 여전한데, 다른쪽에선 급매물이 나오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84㎡는 지난 19일 37억5000만원(19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가 35억원(25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억5000만원 가량 뛴 것이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6일 27억5000만원(18층)에 거래돼 지난 8월 기록한 종전 최고가 26억원(4층)을 뛰어넘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6층) 역시 전용 115㎡가 41억원에 매매되면서 2개월전 거래가(34억9000만원) 보다 6억1000만원 오르게 됐다.
대치동의 D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없는 전세와 달리 매매는 조금씩 물량이 풀리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내년 3월 대선을 계기로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아 좀처럼 호가를 낮추지 않는 분위기”라며 “매수인들은 주로 급매물을 찾고 있어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