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쯤부터 약 85분간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먹통 사태에 대해 보상 절차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T는 우선 통신 장애 원인부터 면밀히 파악한 뒤 논의를 시작하겠지만, 일단 KT 약관대로라면 피해 보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사고에 따른 손해 배상은 통신사 이용 약관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2018년 KT 아현 화재 당시 통신이 먹통 됐을 당시에도 KT 이용 약관에 따라 배상 절차가 진행됐다.
KT 이용 약관에 따르면 3시간 연속 이동전화와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시간당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인터넷TV의 경우 시간당 평균요금의 3배)를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유튜버 잇섭의 폭로로 촉발된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속도 논란에 이어 또 한 번 네트워크 관리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KT가 통신이라는 '본업'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론을 면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KT가 사태 직후 통신망 장애 원인에 대해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2시간여 만에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라고 말을 바꾼 점도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더욱이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던 아현 화재 사태 때와 달리, 이번 통신망 장애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아현 화재 사태 당시보다 피해 사례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의 결제 불가 사례를 포함해 증권사 거래시스템도 접속이 불가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인터넷이 먹통이 돼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시험을 미루기도 했고, 콜에 문제가 생겨 배달에 차질을 빚은 기사들도 있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은 했는데 인터넷이 안 터져서 돈을 못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방에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62)는 "결제가 안돼 어쩔 수 없이 손님 몇몇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KT 새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성명을 내고 "라우팅 오류라면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직원들 의견"이라며 "통신사업자로서의 기본에도 충실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장애"라고 비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약관 조항을 온라인·비대면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통신사들 약관을 보면 연속 3시간 이상의 통신불통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해당 시간 또는 일 요금의 6~8배 수준의 서비스 요금 배상에 그친다"면서 "연속 3시간 이상이라는 기준은 통신사들이 강조하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시대에 맞지 않는 예전 세대의 약관이므로 즉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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