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공식 만남을 통해 대외적으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야당은 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인 대장동 의혹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는 지난 대선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고 경쟁 후 힘을 모아 함께 정권교체를 해냈다”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는 후보가 돼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는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된 역사적 위치에 처해 있다”며 “이 짐은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과 극렬 경쟁을 벌이면서 당시 친문(친 문재인) 지지층과 갈등을 겪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만나볼 것을 이 후보에게 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여러 차례 문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언급하며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다”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께서도 루스벨트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상춘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은 백송(白松)을 보고 “심은 사람이 좀 특이한 분”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실제 이전 정부에서 준비도 안 하고 말만 해서 기회를 잃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이번 대선이 정책 경쟁이 되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대장동 의혹이 대선 국면에서 쟁점화되는 데 불편한 심경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대개 언론은 다투는 것, 네거티브한 측면들을 보도를 많이 하니까 정책은 아무리 얘기해도 빛이 안 난다”며 “정책을 통해서 경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선거 개입도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2년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간 만남에 대해 ‘선거중립 훼손’, ‘정권 연장을 위핸 계약동거’, ‘비밀회동 및 밀담’이라고 비판했다”며 “이번 회동은 내로남불과 다름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미현/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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