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 후보 선출 16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선출을 축하하며 덕담을 건넨 한편, 이 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문 대통령에게 "모질게 했던 것 사과드린다"며 경선 당시 격렬했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겪어보니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 같다. 좋은 정책을 많이 발굴해달라"고 조언했다.
또 "정책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그 과정 자체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완성된 정책이 다음 정부를 이끌어가는 설계"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문 대통령의 전날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화두로 던지며 교감에 나섰다.
이 후보는 "어제 시정연설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다"며 "저는 지사로서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인 정부로 남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해주신 것 같다"며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깜짝 '사과'도 전했다. 이 후보는 2017년 지난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후 이 후보에겐 '비문' 딱지가 따라다녔다.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제가 지난 대선 때 좀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저하고 당내에서 경쟁했고 경쟁을 마친 뒤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냈고, 그동안 대통령과 경기도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이제 저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재명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되셔서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약 50분간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지지층 결속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명백한 정치적 개입이라는 취지의 비판도 나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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