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선택한 공연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작곡가 신동훈(38)의 ‘쥐와 인간의’로 막을 열고 덴마크 작곡가 칼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어 선사한다. 피날레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빼놓고는 국내 관객에게 낯선 작품들이다. ‘쥐와 인간의’는 신동훈이 2019년 베를린필하모닉의 카라얀 아카데미의 위촉으로 쓴 관현악곡이다. 그해 12월 현대음악의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가 베를린필을 지휘하며 세상에 처음 알렸다. 서울시향이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이 곡을 연주한다.
신동훈은 주로 문학을 소리로 표현하는 작곡가다. 그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가수 요제피네와 쥐의 족속’에서 이 곡의 모티프를 따왔다. 독특한 콘셉트 덕에 그는 지난해 영국비평가협회로부터 ‘젊은 작곡가 상’을 탔고, 올해는 카라얀 아카데미가 주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받았다.
칼 닐센(1865~1931)도 국내엔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다. 덴마크에선 ‘국민 작곡가’로 불리며 얀 시벨리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음악가다. 작곡가 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사후에 그를 다루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국내에선 칼 닐센 콩쿠르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올 때만 언급되는 정도다. 이번 공연 협연자인 이지윤이 2016년 칼 닐센 콩쿠르 결선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서울시향은 두 곡의 낯섦을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으로 상쇄한다. 생동감 있는 왈츠 선율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고독하고 우수에 젖은 선율이 2악장까지 이어지다 3악장에서 주제가 희망으로 전환된다.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을 맡은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 역량을 직접 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은 지난 6일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벤스케가 이끄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선택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화음으로 관객들을 감동시켰다고 그라모폰은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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