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정책 성과를 자화자찬한 지 하루 만에 초라한 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집계돼 시장 추정치(0.6%)를 크게 밑돌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가계 씀씀이가 줄어든 영향이다. 원자재·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업 투자도 감소했다. 부진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4%) 달성을 위해 부랴부랴 소비 진작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 진작책 등에 힘입어 올 한 해 4%의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 2분기 3.6%에서 3분기 -0.3%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지난 7월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영향이다. 식당·카페 방문시간이 줄면서 관련 씀씀이도 큰 폭 줄었다.
기업 투자도 줄어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2.3%를 기록해 2019년 1분기(-8.3%) 후 가장 나빴다. 트럭·승용차를 비롯한 운송장비 투자가 대폭 감소한 결과다. 공급망 훼손으로 차량용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트럭과 승용차 매입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장 창고 교량 등 건설투자 증가율은 -3.0%를 기록해 전 분기(-2.3%)보다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철근 가격이 치솟자 댐과 교량 등 토목건설이 차질을 빚은 결과다.
그나마 수출이 선방했다. 3분기 수출 증가율은 1.5%를 기록해 전 분기(-2.0%)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췄던 전 세계 공장이 다시 돌아간 데 따른 것이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석탄·석유제품과 기계·장비 수출이 큰 폭 불었다. 산업별로 보면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제조업 생산이 전분기보다 0.2% 늘었다. 2분기(-1.3%)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업종이 선전하면서 0.4% 늘었다. 반면 토목건설이 줄면서 건설업 생산은 1.7% 감소했다.
올해 성장률이 4%를 기록하려면 남은 4분기에 1.04% 이상 성장해야 한다. 한은은 위드 코로나로 씀씀이가 늘어날 것인 만큼 4분기 성장률이 1%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위드 코로나로 사람들 이동이 10% 늘어나면 식당·카페 등 대면서비스업종에서 사용하는 카드 금액이 월평균 5%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카드 결제금액으로 보면 월간 1조2000억원 정도 불어날 것이란 의미다. 지난달 6일부터 지급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11조원도 올 4분기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할 전망이다.
수출도 선전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4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6.1%(91억달러) 불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병목 현상으로 반도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자동차 수출이 올 4분기에 본격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4분기에 공급망 충격이 줄어들면서 부품·원자재 수급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서비스업 생산도 늘면서 올 성장률 4%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낙관론을 펴자 다음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관측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0.028%포인트 올라 연 1.947%에 마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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