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배달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단건배달이 배달앱 업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단건배달의 원조 쿠팡이츠가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회사별 월 손해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건배달이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여서 “주문이 늘어날수록 고민도 늘어난다”는 배달앱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겉보기엔 서비스가 안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얘기가 다르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단건배달은 3~5건을 합쳐 배달하는 묶음배달에 비해 라이더의 동선이 길어져 라이더가 더 많이 필요하다. 배달앱이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배달앱들은 요금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배민1 서비스 요금은 ‘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점주와 소비자가 함께 부담) 5000원’. 경쟁사인 쿠팡이츠가 책정한 요금과 같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애초부터 이 요금 수준을 내세운 건 아니다. 배민은 원래 중개수수료 12%에 배달비 6000원을 요금으로 정했지만 쿠팡이츠의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쿠팡이츠 또한 서비스 초기 ‘중개수수료 15%+배달비 6000원’을 책정하면서 현재 요금은 3개월 한시 프로모션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경쟁이 가열되자 프로모션을 2년 가까이 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중개수수료 12%에 배달비 6000원 정도는 받아야 배달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단건배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당 평균 주문액 2만5000원을 적용하면 중개수수료 3000원에 배달비 6000원(총 90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요금과 비교하면 건당 3000원, 월 300억원(배민1의 현재 월 주문 1000만 건)의 손해가 단건배달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라이더, 점주,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배달 시장 특성도 고민을 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문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로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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