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연초 이후 53%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30일과 비교하면 약 70% 올랐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직전 대비 73% 올랐다. 제주항공은 연초 이후 50% 가까이 오르며 2020년 1월 초 주가를 회복했다.
자산운용업계는 항공주의 실제 밸류에이션은 이미 고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기간 대규모 유상증자로 시가총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밸류에이션은 눈에 보이는 주가가 아니라 시가총액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월 2일 시가총액이 2조6414억원이었다. 2021년 10월 26일 현재 시총은 10조9042억원이다. 주가는 70%가량 올랐지만 시총은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작년 7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4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영향이다.
진에어 시가총액도 2020년 1월 4950억원에서 10월 현재 1조28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진에어도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3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제주항공도 작년 8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고, 올해 10월에도 2066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현재 항공주의 가치는 몇 년 후 여행 초호황을 가정해 매겨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상승세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의 기대처럼 추가로 50~100% 오르는 게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항공주 투자 의견을 ‘매수’로 제시했지만 2023년 실적 기준으로 상승 여력이 20%에 그칠 것이란 계산을 내놨다. 2023년은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대한항공은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1조1208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 말 대한항공 시가총액은 1조9922억원이었다. 시총은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실적은 2016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내년 영업이익은 7735억원, 2023년은 1조1314억원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대한항공 평균 목표주가는 현 주가 대비 24% 높은 3만8773원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항공주를 처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