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따상상 [김석봉의 자본시장의 눈]

입력 2021-10-28 05:50   수정 2021-12-31 12:04

올 한 해 국내 IPO 시장은 공모물량 규모와 상장 건수 측면에서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따상', '따상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청약광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상당수 IPO에서 나타난 '과도한 상장일 저평가 현상' 및 '상장 후 주가의 높은 변동성'은 공모주 저평가라는 재무이론의 일반적인 설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IPO의 공모가 책정 과정이나 상장 후 유통시장에서 기업의 가치평가에 필요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생산·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업공개 제도와 주관사들의 관행은 그동안 상당히 개선돼 수요예측, 공모가격 결정, 신주 배정 측면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돼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 존재한다.

첫째, 재무관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초과배정옵션(그린슈) 제도가 국내에서는 실제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린슈란, IPO시 공모물량의 15% 범위 내에서 주관사들이 최대주주로부터 차입·확보한 공모주를 추가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형성될 경우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경우 공모가격으로 신주 발행해 투자금을 상환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투자자들의 IPO 주식에 대한 수요를 증대하고, 상장 후 주가의 변동성을 줄여줘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제도변경도 있었다. 주간사가 상장 후 시장수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장내 매수시 종전 공모가의 90% 이상'에서 '80% 이상'의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그러나 공모주 차입에 대한 제한 및 순매도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매수가격 산정방식은 여전히 초과배정옵션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둘째, 의무보유확약제도다. 이는 기업공개 당시 기관투자자가 배정받을 주식을 일정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보유하기로 확약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는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이는 상장 후 거래되는 주식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고,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원인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이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다. 주요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장기 보유를 유도해 주식의 매도압력을 낮춘다는 점에선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의무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 많은 주식들이 몰려서 매각이 된다면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더 커다란 손해를 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발행사나 주관사는 자발적의무보유의 확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투자자의 질, 장기보유 성향, 운용규모, IPO 대상 회사에 대한 가치와 성장성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신주 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가격 발견 및 장기보유를 통해 주가안정에 기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배정 시 우대할 수 있도록 신주배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또 보호예수 해제 시점을 최대한 분산해 자발적 의무보유확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IPO 시장에서는 정보비대칭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성이 높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해 공모가격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판단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면 정보비대칭성이 완화될 수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IPO 전에 공모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속하는 대형 기관투자자를 말한다. 이들은 IPO 대상 회사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공모가 발견기능의 강화를 통해 적정 공모가의 형성에 도움을 주며, 장기보유 유도를 통해 상장후 주가의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홍콩의 경우 IPO 물량 중 코너스톤 투자자 비중을 높여 가격이 안정되고, 저평가 현상을 완화시켰다는 학술연구가 있다. 공모주식을 이들에 우선 배정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기회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IPO 대상 기업에 대한 전문투자자들의 사전 인증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사전공모행위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넷째, 수요예측 제도다. 국내 IPO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형성된 공모가와 수요예측 규모, 경쟁률을 확인한 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프라이스 테이커'다.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은 개인투자자들보다 전문성이 높고, 보다 나은 분석 능력을 보유했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그러나 최근 수 년 동안 수요예측 과정에 참여하는 기관의 규모가 늘어나고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수요예측과정에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은 물론 주문수량을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수준보다 과장해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개인투자자는 청약증거금을 내고 청약에 참여하지만 기관투자자는 이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전문성에 기초해 기대되는 가격발견의 긍정적인 효과도 많이 떨어지고,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규모에 대해 생성된 왜곡된 정보는 개인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관투자자도 적정한 가격과 수량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절한 공모가격 산정에 기여도가 낮은 기관투자자는 신주배정에서 제외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모가격이 결정되는 시점과 주식이 거래되는 시점의 간격이 2주 정도로 상당히 긴 편이다. 이 기간이 길수록 발행사, 투자자들 모두 마켓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와 달리 일본, 대만, 홍콩의 IPO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동시에 모두 진행한 후 공모가를 산정하고 있다. 일반청약과 기관청약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절차상 필요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마켓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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