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7일 10: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도에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외형 감소와 수익성 변동이 불가피해져서다. 다만 씨티그룹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선 계속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지속적인 재무성과 악화로 인한 조치다. 소비자금융 사업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되 기업금융 부문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올 4월 발표한 미국 씨티그룹의 글로벌 소매금융 출구 전략의 일환이다. 출구 전략 발표 이후 매각 방안이 논의됐지만 금융시장 환경과 은행의 인력구조상 제약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과거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구조조정 사례를 감안했을 때 지점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매금융 출구 전략 추진에 따른 영업 기반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핵심 영업 기반을 구성하는 개인 고객이 줄면서 여수신 규모와 안정성이 낮아질 전망"이라며 "개인 고객의 이탈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신 기반이 축소되고 가계신용대출과 신용카드 등 가계 기반의 고수익성 자산이 감소해 수익성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 결정이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 6월 말 연결 총자산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영업 부문별 구성을 보면, 소비자금융 38%, 신용카드 3%, 기업금융 59% 등이다. 올 상반기 연결 영업순이익 기준으로는 소비자금융 52%, 신용카드 12%, 기업금융 35%다.
한국기업평가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해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 기반을 보완할 것"이라면서도 "여신 규모 축소로 이익창출능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이 위축될 전망인 데다 핵심 예금 이탈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가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대규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의 연간 수익 규모를 크게 웃도는 일회성 희망퇴직 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소비자금융 사업의 단계적 폐지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대응계획을 분석해 AAA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에도 그룹 내 전략적 중요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그룹의 전략에 따라 기업금융에 집중할 것이며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자회사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소비자금융 부문의 폐지가 국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모두 한국씨티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으로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다. S&P는 한국씨티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으로 A를 부여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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