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 첫발 뗀 재건축…일산·평촌·산본도 내년 '30년 충족'

입력 2021-10-27 17:08   수정 2021-10-28 00:34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준공 ‘서른 돌’을 맞은 경기 성남시 분당 시범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한다. 일산·평촌·산본은 내년, 중동은 2023년이 되면 준공 30년을 맞아 재건축 연한에 다다른 단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2026년에는 재건축이 가능한 1기 신도시 아파트가 28만 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의 재건축을 허용할지 정부 차원의 고민과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 채우는 1기 신도시
1989년 발표된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됐다.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한 데다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개최되면서 서울 집값이 급등했던 때다. 노태우 정부는 분당과 고양 일산, 안양 평촌, 부천 중동, 군포 산본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 다섯 곳에 신도시를 조성해 서울 인구를 분산시켰다. 정부 주도로 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에서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이 방식은 2, 3기 신도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계획인구가 총 116만 명에 달하는 1기 신도시는 1991년 9월 분당 시범단지부터 입주를 시작해 당시 폭등하던 서울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분당에는 9만46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외 일산 6만3100가구, 평촌·산본 각 4만1400가구, 중동 4만500가구 등 총 28만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조성돼 1996년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1기 신도시는 높은 녹지율과 정비된 도로,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춰 인기를 끌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입주한 1기 신도시 아파트는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정비 사업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1기 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169~226% 수준으로 높아 지금껏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지난 2월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가 처음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이후 분당에선 ‘무지개마을 4단지’ ‘느티마을 3·4단지’ ‘매화마을 1·2단지’ ‘한솔마을 6단지’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그 밖에 △일산 ‘문촌16단지’ ‘장성마을 2단지’ △평촌 ‘목련 2·3단지’ △산본 ‘우륵주공 7단지’ ‘개나리 13단지’ △중동 ‘한라마을 3단지’ ‘금강마을’ 등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설립 및 시공사 선정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사업 가이드라인 필요
재건축과 리모델링 모두 규제가 많아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높은 고층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재건축 시 추가 용적률 확보를 통해 분양 가구수를 늘려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1호 재건축을 추진하는 분당 시범단지의 경우 최고 30층에 단지별 용적률은 187~202% 수준이다. 성남시는 주거지역 최고 용적률 상한선을 280%로 정해놓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높으면 재건축 후 기존 집보다 작은 집을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도 재건축을 막는 걸림돌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지만 역시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만만찮다. 기존 아파트에서 층수를 추가로 올리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가구수가 늘어나 사업성이 높아지지만 안전성 검토 과정이 까다롭다. 2014년 이 제도가 허용된 이후 전국에서 수직증축으로 사업승인을 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가구 간 내력벽(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벽) 철거를 허용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한 특별법이나 지구단위계획 등 장기적·종합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별 단지별로 정비 사업이 이뤄지면 인구 변화 등에 맞춘 효율적인 도시계획을 짜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가장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정부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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