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부터 출하까지 단 5개월…'이재용 리더십' 위기에 빛났다

입력 2021-10-28 22:00   수정 2021-10-29 00:34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28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만든 모더나 백신 완제품을 자체 생산해 국내에 출하했다. 계약부터 출하까지 단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물밑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 이후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모더나 조기 공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모더나 백신 조기 출하…이재용 글로벌 네트워크 가동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모더나 조기 공급에 사활을 걸며 전사적 역량을 투입했다. 이 기간 이 부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간담회' 외엔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대신 물밑에서 백신 공급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유행으로 백신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때였다.

이 부회장은 곧바로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최고위 경영진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모더나 백신 생산' 협업 체제를 구축했다. TF는 백신 조기 공급을 목표로 체크리스트를 작성·점검하고 매일 콘퍼런스콜을 여는 등 숨 가쁘게 움직였다. 주말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회의가 계속 열렸다.


백신 조기 생산 과정에도 각 계열사의 노하우와 역량이 투입됐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을 단기간에 바이오업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엔 관련 노하우를 갖춘 삼성전자 반도체 및 관계사 전문가가 투입됐다.

최종적으로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용했다는 후문.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 거래관계에 있는 오랜 지인을 통해 방셀 CEO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에도 이 부회장과 방셀 CEO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사는 '위탁자·생산자' 관계에서 바이오산업 미래를 논의하는 사업파트너 관계로 격상됐다.
"삼성-정부 팀플레이 빛나"
백신 완제품 생산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도입까지는 '인허가' 관문이 남아 있었다. 당초 생산된 백신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출하되려면 연말은 돼야 한다고 봤다. 이런 과정을 앞당기는 데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세청이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과 사장단, TF, 생산현장, 정부 부처 등으로 이어진 협업 체제는 시작 두 달여 만에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에서 생산한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겨진 것.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돼 국내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


실제로 식약처는 전담 TF를 만들어 규정 내에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했다. 지난달 추석 연휴 땐 휴무 없이 백신 제조 적합성을 위한 GMP 인증 실사를 했고, 한 달 만인 지난 26일 저녁 긴급사용 승인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가 생산한 백신 샘플을 유럽 공장에 가서 '승인' 받는 과정은 삼성SDS와 관세청이 힘을 합쳐 뚫었다. 삼성SDS 해외물류팀은 물류난을 뚫고 백신 샘플을 아일랜드 유럽시험소까지 하루 만에 보냈다. 신속한 속도전으로 유럽 공장 검사 일정을 4주에서 2주로 대폭 단축시켰다.

존림 삼성바이오 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삼성바이오는 프로세스 혁신과 계열사 지원 바탕으로 생산 소요 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했고, 복지부와 질병청 식약처 관세청 등이 긴밀히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백신 완제뿐 아니라, 원재 의약품 생산라인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다양한 치료제와 백신에도 투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계 관계자는 "모더나 백신 완제품의 자체 생산과 조기 공급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삼성그룹과 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 팀플레이가 빛났다"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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