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기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를 이렇게 평가한다. 오페라라는 장르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서다. 민 교수가 쓴 《베르디·바그너, 역사를 바꾼 오페라》는 베르디와 바그너를 중심으로 오페라 감상의 지름길을 안내한다.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해 기획한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수업’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모차르트, 쇼팽, 리스트 등의 작곡가를 살핀 데 이어 오페라를 소개한다.
수많은 오페라 작곡가 중에서 베르디와 바그너를 주목한 건 이들이 전에 없던 오페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베르디는 오페라 ‘나부코’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공동체 의식을 담아냈다. 바그너는 희대의 역작인 ‘니벨룽의 반지’에서 오페라를 유흥거리가 아니라 고매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베르디와 독일에서 나고 자란 바그너는 출생 연도가 같지만 평생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 둘 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으니 서로 모를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상대방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다. 자기 말고 다른 음악적 영웅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저자는 “지나친 나르시시즘처럼 느껴지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둘의 자부심이 이해된다”고 설명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둘의 작품은 확연히 다르다. 베르디는 민중의 삶을 오페라로 대변하려 했고, 바그너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 때문에 오페라 줄거리도 다르다. 베르디는 고뇌하는 인간을 고찰했고, 바그너는 신화와 영웅을 소재로 썼다.
베르디와 바그너가 각자 추구한 예술의 본질은 달랐지만 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비슷하다. 19세기 통일 민족국가가 탄생하던 시대상을 대변했다. 공연으로 관객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공연은 시대와 호흡하며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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