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28일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을 열어 재판관 5(각하) 대 3(인용)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국회가 지난 2월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결정한 지 8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법관을 파면하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다수 의견을 낸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이미선 재판관은 “탄핵심판 절차의 목적은 공직자가 직무수행에서 헌법을 위반한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임 전 부장판사는 임기 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한 상태라 파면 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4~2015년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가토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설’을 칼럼에 쓴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됐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대한문 앞 집회 사건 판결문을 수정하도록 지시하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국회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2월 4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당시 현직이었던 임 전 부장판사는 2월 말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소수의견을 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할 수는 없지만 탄핵심판 청구는 인용한다”는 의견을 냈다. 유 소장 등은 “탄핵심판은 헌법 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재 결정 이후 취재진과 만나 “임 전 부장판사의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에도 불구하고 재판관 다수는 본안 판단을 회피했다”며 “헌법수호 기관의 역할을 포기해 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입장문을 내고 “법리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준 헌재에 감사를 표한다”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초래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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