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KT의 유·무선 통신장애 사건의 원인에 대해 KT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구현모 KT 대표가 "부산에 있는 KT 시설에서 망 고도화 작업 중 새 장비를 설치하고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났다"고 설명하자 KT 직원 일부로 구성된 KT새노조는 "형식적인 분석 대신 모든 전문가와 국민이 납득할 만큼 구체적인 원인 분석을 내놓으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명령어 한 줄이 문제였다. 새 통신 장비를 설치한 뒤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을 위해 스크립트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명령어 한 줄을 빠뜨렸다. 이 미완성 스크립트가 전국 통신 장비에 전송되면서 KT 통신망이 마비됐다.
이에 대해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연건동 KT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야간 작업으로 승인이 났으나 작업자가 주간에 일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KT 새노조는 "야간작업 승인을 했는데 주간에 작업하다가 전국망이 다운됐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누구의 지시로 어느 장비에 대해 어떤 작업을 하다가 전국 통신 불통 사태가 났는지 명확히 설명하라"고 주장했다. 협력사 입장에선 실수를 낼 경우 KT가 구상권 청구 등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KT의 주요 시설에서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작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이날 통신 장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장비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작업 전에 미리 네트워크 전송 등을 시험하는 단계를 거치겠다는 얘기다. 즉 라우팅 업체들이 권장한다는 '사전테스트'다. KT 새노조는 "이는 대책이 아니라 KT가 그간 기본도 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는 "내부 전문가들은 KT의 보안 수준이 디도스 공격을 착각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라며 "디도스 공격이라고 발표를 한 과정의 진실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도 입건 전 조사단계인 내사에 착수했다.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과 1개 팀이 지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용자보호과를 중심으로 피해규모 파악에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오류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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