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비유와 은유에 능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정책 어젠다에서도 재미난 표현을 많이 씁니다. 건국 초기 4억명 이상의 문맹자들을 가졌던, 교육수준이 낮은 나라인 중국에서 현학적인 표현은 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지도자들은 민중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중국경제의 설계사'라고 불리는 등소평은 평이하고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민중을 설득하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1904년 8월22일 쓰촨성 광안시 파이팡촌에서 태어난 덩샤오핑은 1920년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왔습니다. 중국 최고지도자 중 유일한 해외유학파 엘리트입니다. 당시 중국 경제는 모택동이 추진한 사회주의 대약진 운동으로 4500만명의 아사자를 만들고 이를 면피하기 위한 10년간의 문화대혁명의 후유증으로 큰 몸살은 앓고 있었습니다. 등소평은 경제를 살리는 방안으로 '고양이 이론'을 내 놓습니다.
쓰촨성 출신 덩샤오핑은 쓰촨성의 속담인 "검은 고양이든 노란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흑묘황묘(黑猫黃猫?)론'을 통해 다 같이 잘살자는 공부론(共富?)은 잠시 접고,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 되라는 선부론(先富?)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등소평의 선부론은 후일 노란색 보다는 검은색과 더 선명한 대비가 되는 흰색고양이로 각색돼, 노란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로 바뀐 '흑묘백묘론(黑猫白猫?)'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흑묘백묘론의 오리지널 지식재산권의 소유자는 등소평이 아닙니다. 청나라 때 작가 포송령(蒲松齡·1640∼1715)이 쓴 중국 괴담문학의 대표작 '요재지이 괴이(聊齋志異, 《?怪》)'편에 나온 쥐 잘 잡는 너구리가 최고((?狸黑狸,得鼠者雄!”狸者,猫也)라는 표현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의 창업자, 사회주의자 모택동은 "사회주의 잡초를 심을 지 언정 자본주의의 싹을 키워서는 안된다(寧要社會主義的草 不要資本主義的苗)"는 잡초론(雜草論)으로 문화대혁명까지 초래했습니다. 문화혁명이 진행되는 10년간 중국을 모든 면에서 후퇴시켰습니다.
14억이 모두 같이 잘살자는 공부론의 현실적 문제점을 간파한 등소평의 선부론(先富?)이 등장하자 중국은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고양이는 쥐를 제대로 잡을 수 없다는 걸 안 등소평은 무능한 고양이를 쫓아내고 쥐를 잡을 줄 아는 고양이를 키우자는 '고양이 이론'으로 중국인의 몸 속에 잠들어 있던 상인종(商人種)의 DNA를 깨웠습니다. 상인종은 중국인의 혈액에 장사 근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40여년간의 자본주의를 도입한 시간속에서 사회주의 중국은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 70%에 달하는 거대한 경제 규모를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해 2018년 이후 미중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의 압박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1978년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 덕분에 굶주림을 해결하고 부자 되는 꿈을 키우면서 '돈 버는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 됐습니다. 그 결과, 자본주의 숲과 밀림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여기서 수많은 스타기업과 기업인이 등장했습니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에 중국은 143개를 올려, 미국의 122개를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서방의 250년 공업화의 시간을 40여년 만에 달성한 중국은 심각한 피부병에 시달리는 '얼룩고양이(虎斑猫)'가 됐습니다. 공유제의 몸에 자본주의 외피를 걸치다 보니 심한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공유제의 나라 중국은 흑백도 아닌 심각한 피부병에 시달리는 '얼룩고양이'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중국은 지금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중입니다. 중국의 상위 1% 부자들의 소득은 하위 50%의 소득보다 더 많습니다. 1인당 소득 1만 달러의 가난한 나라 중국이 전세계 럭셔리제품의 35%를 구매하고, 전세계 9대 명차의 27%를 사고 있습니다.
올해 포브스 500대 부자에서 상위 100대 부자 중 중국 부호는 20명이나 됩니다. 중국의 1위 부자는 농부산천의 종샨샨 회장인데 세계 부호순위 18위입니다. 반면 1인당 소득 3만2000달러인 한국은 포브스 500대부자에 100위안에 들어가는 부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의 1위 부호는 156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급속한 공업화의 후유증은 더 심각합니다. 물, 토양, 대기의 오염은 중국인의 생활환경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에 대응해 '인류운명공동체'를 주장했지만, 세계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주목하자 중국은 기후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서방의 250년 공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존층의 파괴에 중국은 뒤늦은 공업화로 오존층의 구멍을 넓히는 정도였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으로 전세계로부터 대기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27%로, 이는 2위인 미국의 11%, 3위인 인도의 6.6%, EU의 6.4%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상황입니다.
최근 중국은 심각한 전력난으로 철강 시멘트 알미늄 건자재가격이 폭등하고 공업물가지수(PPI)가 13년만에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생난리를 겪었습니다. 이는 얼룩고양이의 성급한 탄소다이어트가 만든 사고였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에너지 단위당 사용량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별로 할당하고 분기별로 목표치 달성을 체크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썼는데 이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에너지단위당 사용량 감축은 산업구조의 전환과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설비 투자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분기별로 감축목표를 달성하라고 하자 2분기에 목표를 미달한 19개 지방성의 책임자들이 분기별 목표숫자를 맞추려고 발전소의 가동을 축소시켰습니다. 또 에너지 다소비산업인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건자재산업에 제한 송전을 하고, 이들 산업이 밀집한 도시에 제한 송전까지 진행하다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였습니다.
중국에서 등소평과 같은 배를 탔던 '흑묘백묘'는 이제 공공의 적이 됐고 대신 이제는 '녹묘'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요즘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변되는 '흑묘백묘' 기업들은 반독점법, 데이터보안법 등 정부 규제에 죽을 맛입니다.
시진핑시대에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으로 대변되는 선부론(先富?)은 수명이 다했습니다. 이젠 '녹묘'로 대변되는 신공부론(新共富?)이 앞으로 15년, 2035년 중국의 GDP가 미국을 넘어서는, 중국의 표현으로는 '사회주의 현대화' 시기까지 대세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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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대국으로 '인류운명공동체'를 주장하는 중국은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는 31일부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회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립니다. 120개국 정상들이 참여해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축소를 논의합니다. 하지만 정작 탄소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화석연료소비국 중국은 궁둥이를 빼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아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을 핑계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습니다.
황하, 황금, 황금색의 용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색은 21세기 세계가 탐내는 색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미래의 돈 되는 색깔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린(Green)입니다. 녹색기술이 중국이 필요하고 절실하게 원하는 색입니다.
43년 전 중국경제의 설계사로 칭송 받는 덩샤오핑이 주장한 공산당은 쥐 잘 잡는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흑묘백묘론'의 검은색과 흰색 고양이가 중국을 바꾸어 놓았다면, 이젠 '녹색 고양이'가 중국을 뒤집어 놓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40년간 지속된 고성장의 후유증은 빈부 격차와 환경관절염입니다. 빈부 격차는 정치와 제도로 해결하지만 환경관절염은 다시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 2대 경제권(G2)인 중국의 환경산업이 세계 녹색산업의 최대 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성장을 위해 희생된 환경은 다시 성장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40여년 만에 G2로 올라선 고속 성장의 대가로 거대 도시의 뒷구멍에서 내뿜는 스모그가 원·명·청나라, 신중국 800년에 걸친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눈물'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물', '공기', '음식'입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이 모두 위험해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의 스모그와 매연, 독 분유, 강 오염, 식품문제도 한국의 역사를 20~30년 되돌려 놓으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농약 콩나물과 두부, 우지 라면, 페놀에 오염된 강물, 매캐한 공기 모두 역사의 시계를 30년 돌려놓으면 그게 바로 중국의 오늘입니다.
지금 G2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 곤경에 처했습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아니라 봄에 이어 가을에도 독성 스모그가 하늘을 뒤덮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에 황사와 스모그를 상대로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 수도 베이징의 맨 얼굴입니다. 독성 스모그 때문에 수도 베이징의 천도 문제까지 나오는 판국입니다. 환경이 드디어 잘나가던 중국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중국의 인민들도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암이 정치의 폭정보다 더 무섭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이 투명해지고 맑아지면 한국이 먹을 것이 있을까요? 중국이 농약으로 오염된 식품, 스모그로 일그러진 대도시, 교통질서가 엉망인 도로, 부정부패로 구속되는 공무원이 없는 나라가 되면 한국이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다고 합니다. 고성장을 진행하지만 환경오염도 있고 부정부패가 존재하는 어설픈 구석이 있는 나라가 투자하기 좋고, 투자하면 돈이 되는 곳입니다.
지금 베이징의 눈물이 대중국 투자가들에게는 대박인 시대가 왔습니다. 세계 최대 환경 시장이 중국에 설 전망입니다. 한국도 그랬지만 환경은 한 번 파괴되면 회복하는데 20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중국의 환경산업은 적어도 20년 성장할 거대 산업입니다. 신에너지, 전기차, 도시가스, 환경설비, 공기정화, 물 처리, 폐기물처리 산업이 주목할 분야입니다. 중국에 중간재 수출과 소비재산업의 성장에서 재미를 본 한국의 대중국 투자와 수출도 이제 중국의 환경산업으로 관심을 기울일 만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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