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기업 미국 엔비디아가 대만 TSMC를 제치고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미래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세보단 경쟁 심화, 전 세계적인 부품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업체들의 주문 감소 등이 부각되며 시총 1위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주가 강세가 상당 기간 유지되며 시총 1위를 지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비디아는 반도체업종의 전반적인 주가 부진에도 꿋꿋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일 간(27일 기준) 10.6%, 한 달 간은 18.1% 상승했다.
엔비디아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1년 181억달러 2023년 343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GPGPU'라는 제품을 앞세워 현재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다. 엔비디아가 단순한 계산에 능해 AI의 딥러닝(데이터를 반복학습하는 것)에 적합한 GPU를 업그레이드한 게 GPGPU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페이스북이 지난 25일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내년 AI 등에 최대 340억달러(약 39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게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에 촉매 역할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페이스북 AI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 엔비디아를 꼽고 있다.
클라우드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나우'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이머들이 한 달에 10달러 정도를 내면 엔비디아의 최고급 서버에서 운영하는 최고 사양 그래픽의 게임을 스마트폰 등으로 즐기는 구조다. 5G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다음달 17일로 발표 예정된 3분기 실적 관련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3분기 예상 주당순이익(EPS) 평균값은 1.1달러다. 작년 3분기 0.73달러, 전분기 1.04달러보다 각각 50.7%, 5.8% 증가한 수치다.
영국 반도체기업 ARM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400억달러에 ARM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M&A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각 국 경쟁당국이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날 유럽연합(EU) 경쟁위원회는 엔비디아와 ARM의 M&A에 대해 4개월 간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M&A가 ARM의 중립적인 디자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나아가 제품 가격 인상, 선택권과 혁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 경쟁위원회 같은 경쟁당국이 M&A를 불승인하면 엔비디아는 ARM에 해지수수료를 내고 인수계약을 포기해야한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장 중 1.14% 하락한 것도 ARM 인수 무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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