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도토키 히로키 소니그룹 부사장(아래 사진)은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소니의 노하우를 살려 TSMC의 신공장 설립에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출자방안과 규모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지난 1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착공해 2024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TSMC의 일본 공장에서는 22~28나노미터의 연산용 반도체가 주로 생산된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전보장 차원에서 8000억엔(약 8조3600억원)에 달하는 투자비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소니는 구마모토현 기쿠요초 자사 공장의 주변 토지를 TSMC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니가 TSMC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2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먼저 장기화하는 반도체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상보형금속산화물반도체(CMOS)로 불리는 화상센서는 렌즈를 통해 빛을 받아들이는 화소부와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연산부로 구성된다.
소니는 연산부에 사용되는 연산 반도체 대부분을 TSMC 등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어 반도체 부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도토키 부사장은 "반도체 부족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연산반도체의 안정적인 조달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나카네 야스오 미즈호증권 글로벌 테크놀로지 리서치 헤드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연산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니와 TSMC의 관계강화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삼성 견제다. 삼성은 반도체 제조 기술력이 높고, 자금력도 풍부하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투자 자금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최근 5년간 영업 현금흐름이 삼성전자는 6조엔 안팎으로 1조엔 수준인 소니의 6배에 달한다.
시장 조사회사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화상센서 시장은 소니(44.3%)와 삼성전자(18.9%)의 순이었다. 소니가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지만 삼성과 격차가 1년새 5%포인트 줄었다. 반면 화상센서 시장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용 센서 시장은 온세미컨덕터(37.5%)와 옴니비전(19.7%) 등 미국 기업이 3위 소니(9.6%)를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TSMC와 손잡고 화상센서에 필요한 연산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자동차용 센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게 소니의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음악과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사업 호조로 소니의 실적 전망도 밝다. 소니는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영업이익(연결기준)이 1조400억엔으로 전년보다 9%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종전 예상치보다 600억엔 상향 조정했다.
예상치대로라면 소니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익 1조엔을 달성한다. 지금까지 일본 제조업체 가운데 영업익 1조엔을 넘긴 기업은 도요타자동차가 유일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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