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상장 당시 비교 그룹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을 포함 시켰을 때에만 하더라도 "그게 가능하겠냐"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IT 분야가 명확히 다른 만큼 융합이 가능하겠냐는 것.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분위기는 완전히 전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팬들과 온라인으로 교류하는 게 더 중요해지면서 팬 플랫폼이 각광받게 됐고,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팬 플랫폼 디어유는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팀 콘셉트로 잡아 8인조 걸그룹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에스파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고 있고, JYP엔터테인먼트에 이어 하이브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전략적 제휴에 나서면서 엔터계에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상장할 때부터 플랫폼 전문 기업을 표방했던 하이브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위버스, 팬들에게 직접 공식 MD상품을 판매하는 위버스샵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세븐틴과 같은 세계적인 그룹들의 온라인 콘서트 판매, 공연 등도 위버스를 통해 진행한다. 지난 24일 진행된 온라인 콘서트 역시 위버스를 통해 선보여졌다.
여기에 올해 1월 27일 자회사 비엔엑스(전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2000억 원을 투자해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했다. 네이버는 4110억 원을 투자해 비엔엑스 주식 49%를 취득했다. 내년 초 위버스와 브이라이브는 통합 플랫폼이 출시될 예정인데 월간활성이용자수가 3000만 명은 무난하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팬덤 전문 플랫폼 디어유는 상장을 앞두고 있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JYP엔터테인먼트도 지분의 20%를 갖고 있다.
주요 서비스는 '최애' 아티스트와 1:1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버블'이다. 현재 23개 기획사의 299명의 아티스트가 버블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매월 한 아티스트당 4500원을 구독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는데, 지난해 2월 론칭 1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184억 원, 순이익 66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 지인해 연구원은 "이미 분기 3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달성하고 있기에 셀럽의 추가 영입을 통한 구독자 순증만으로도 최소 200억 원 초중반대는 가능하다"며 "시가총액 눈높이는 최소 8000억 원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메타버스(Metaverse) 역시 엔터계의 화두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초월·가상'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28일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미래를 걸면서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기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 개념을 팀 콘셉트로 넣은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론칭했다. 에스파 멤버는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등 4명이지만 멤버들은 스스로를 "8인조"라고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데뷔곡 '블랙맘바'(Black Mamba)의 가사에서는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라며 메타버스 속 존재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메타버스는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에서는 유명 가수 트래비스 스콧에 이어 아리아나 그란데가 아바타를 통한 가상 공연을 펼치고,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그룹 블랙핑크가 사인회를 여는 방식이다.
단순히 뮤지션들을 출연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엔터사들의 지분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페토의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2020년 5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물적분할했는데, 이후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1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뿐만 아니라 위버스와 디어유 역시 메타버스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 영역까지 엔터 업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에 이어 하이브도 두나무와 전략적 제휴에 나섰는데, 소속 아티스트의 디지털 굿즈(팬상품) 등을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하게 관리하고, 신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두나무는 K팝 기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림이나 부동산, 디지털 콘텐츠 등의 자산에 고유의 값을 매긴 디지털 자산을 의미하는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복제가 쉬운 온라인 공간에 소유권과 희소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K팝 스타들의 음악과 영상 등을 비롯한 자체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떠오르게 된 것.
두나무가 블록체인 기술과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지원하면, JYP엔터테인먼트가 사업에 필요한 지적재산권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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