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한다. 지역에 경제 지원을 하는 것은 전통적 대책이다. 하지만 재정에서 직접 지원을 하자니 돈이 없고, 효과도 검증된 바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이런 절박한 처지에서 나온 균형 발전계획이 특별지자체 구성이다. 권역별로 ‘발전 블록’을 유도해 제대로 경쟁이 되게 해보자는 취지다. 이 정도로 수도권 단극 체제로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편향된 발전 구조를 실효성 있게 보완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기존 시·도와 별도의 지방행정 조직이 될 특별지자체가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예전의 직할시 정도면 조직과 기능이 상당히 큰 게 사실이다. 예산 낭비, 업무 중복은 경계할 일이다. 그래서 신설 조직과 기존 시·도가 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하고, 인접 지자체 간에 제대로 된 협력이 가능하도록 매개체 혹은 중개조직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창의성을 발휘하기에 따라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도로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다 풀릴 만큼 격차가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역 살리기는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행정적·재정적 지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과제가 생기면 조직부터 만들고, 예산(돈)타령이나 하는 것은 한국 행정의 해묵은 관행이다. 이런 타성적이고 퇴행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의회까지 딸린 특별지자체를 만드는 데도 갑론을박으로 날을 샐 것이다. 막상 만들어도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법적인 권한과 책임 문제로 논란거리가 이어질 게 뻔하다. 한국적 전통 아닌가.
더욱 의구심이 들고 아쉬운 점은 이처럼 중요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대통령 임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현 정부가 뒤늦게 내놓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지자체 통폐합 논의도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보니 공론(空論)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정권 초반에 밀어붙일 ‘힘’이 있을 때 시도해도 버거운 사안이다. 지역행정 개편은 정권이 물러나는 마무리 시기에 그럴듯한 청사진이나 내놓는다고 되는 그런 아젠다가 아니다. 이러니 대통령선거와 바로 이어지는 전국 일제 지방선거에 대비한 선심용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이다. 지역 발전은 지역민에게 환상만 던져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질적이고 점진적인 개선책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지역에 배당해주는 교부금(교부세)이나 조금 더 주는 정도가 아니라 재정·과세권에서부터 독립 권한을 과감하게 주는 것도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논의만 무성한 대구·경북, 광주·전남의 통합이 부진한 이유가 주민 동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역 공무원, 지방의회, 지역 국회의원 등 지방을 기반으로 삼는 기득권 고수 탓은 아닌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정도의 분권 발전을 꾀한다면 ‘부울경 단일 시’가 나와야 한다.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힌 문제여서 정부와 지역이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역의 언론과 학계도 함께할 과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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