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세 번째 변신을 시도한다. 하버드대 동창을 이어주던 사이트에서 전 세계 사람을 이어주는 사이트로, 그리고 이제는 가상세계와 현실을 잇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도전에 증시는 환호로 응답했지만 월가는 조심스러운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당분간 호실적을 내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증강현실(AR·VR) 기술을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현실공간을 재현해내는 것을 뜻한다. 나를 본뜬 아바타가 온라인 공간에 차려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남들과 대화도 하는 식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데스크톱에서 웹과 전화로, 텍스트에서 사진과 비디오로 진화해 왔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며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부문(패밀리오브앱스)과 메타버스 부문(페이스북 리얼리티랩스)으로 나눠 기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2004년 하버드대 학생용 소셜미디어로 출발했던 기업이다. 2006년엔 전 세계 이용자를 위한 소셜미디어로 변모해 현재 30억 명 가까운 사람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페이스북을 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8816억달러로 세계 7위다. 하지만 최근 공공의 안전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했다는 내부폭로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9월 초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18% 떨어진 상태다.
페이스북이 변신을 시도하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페이스북은 전 거래일 대비 1.51% 오른 316.92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4%대 급등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독점 논란과 내부고발 이슈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자와 광고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던 차였다.
한국 투자자 역시 페이스북의 미래에 베팅하며 일찌감치 저가매수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해외주식 순매수 결제액 3위 종목은 페이스북(1억3065만달러)이었다. 1위는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1억8860만달러), 2위는 나스닥지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TQQQ·1억7087만달러)였다.
실적 발표 이후 월가는 일제히 페이스북의 목표주가를 끌어내렸다. 골드만삭스는 455달러에서 445달러로, 크레디트스위스는 500달러에서 430달러로 목표가를 낮췄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은 페이스북에 ‘투자의 해’가 될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상장한 이래 잉여현금 흐름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두 번째 해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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