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피워 봤어요?" "왕따예요?"…면접관의 '황당 질문'

입력 2021-10-30 08:58   수정 2021-10-30 17:37


"대마초 피워 봤어요?" "안 피웁니다." "에이 거짓말~"

국내 한 구인·구직 플랫폼 내 커뮤니티에서는 기업 인사팀 면접 과정에서 이러한 대화가 오고 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 A 씨는 "30분간의 면접 동안 너무 무례한 질문들이 판을 쳤다"면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왔는데 '네덜란드는 왜 가느냐'는 질문부터 '대마초를 피워 봤는지', '맛은 어떤지' 등을 물어왔다"며 "안 피운다고 했더니 '에이 거짓말'이라고 하지를 않나 '상장이 왜 이렇게 많으냐'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유학 중 한국인을 많이 안 만났다고 하자 왕따냐고까지 물어보더라"라며 "이게 무슨 업무 관련 질문인지 정말 다양한 면접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마지막에는 면접을 볼 때 모두 가면을 쓰기 때문에 좀 더 많이 알기 위해 무례하게 한 것이라며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며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전화해 면접에 붙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까 고민 중이다. 이것 외에도 정말 사적이고 무례한 질문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A 씨의 경우처럼 면접 과정에서 무례한 질문을 받더라도 현실적인 구제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면접 과정에서 차별 질문이 발생했는지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 처벌 규정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남표 노무사는 A 씨의 사연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면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 질문에 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탓에 마땅히 처벌할 만한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7월 개정된 '채용절차법'은 구직자에게 출신 지역이나 재산 등 직무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류전형 상에서의 불합리한 질문은 처벌할 수 있는 반면 면접전형에서 발생하는 차별 질문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권 노무사는 "민간 기업의 채용 절차 중 특히 면접 과정에서 차별적인 발언이 나왔을 경우 최소한 과태료라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이 시급하다"며 "다만 차별 행위 입증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촘촘한 형태로 법안을 마련해 궁극적으로는 면접 과정에서 무례한 발언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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