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차문호 이양희 김경애 부장판사)는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사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6년 12월 B사가 새로 발행한 20만주를 2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추후 B사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A사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어길 시 투자금 상환과 함께 위약벌을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B사가 A사의 동의 없이 26만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이에 A사는 상환금과 위약벌 명목으로 합계 46억여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B사 측은 “재판에서 사전 서면동의 약정이 상법상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약정이 상법상 기본 원리에 반하지 않는다”며 “B사가 A사에게 4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같은 약정을) 허용하면 재무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신주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회사의 기존 주주들을 불리한 지위에 처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투자금 회수를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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