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운항해 6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진에어가 과징금 취소 2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제1-2행정부(부장판사 이원범 강승준 고의영)는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내린 과징금 60억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국토부 제재가 정당하다"던 1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진에어는 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무리하게 운행했다는 이유로 국토부로부터 과징금 60억원의 철퇴를 맞았다. 2017년 9월 진에어는 인천에서 괌을 왕복하는 항공기(B777 여객기)를 운항했다. 괌에 도착 직후, 진에어 측은 해당 항공기의 좌측 엔진에 연기가 나는 결함을 발견했다. 진에어는 급히 정비인력을 투입했고, 5시간의 탑승 지연 끝에 승객 276명을 태우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에도 엔진의 연기는 계속 됐다. 결국 진에어가 제대로 된 정비를 하지 않고 계속 운항한 것이 발각됐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2018년 7월 진에어가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운항을 했다"며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 항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국토부는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대형 항공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위반의 내용이 중대해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과징금을 기준범위보다 가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괌에서 발생한 결함을 제대로 수리하고 출발했으나 인천공항에 도착해 발생한 엔진결함은 새롭게 발생 한 것" 이라고 국토부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국토부의 제재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60억원이라는 금액은 당국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라며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과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과징금을 기준 금액보다 가중하기 위해서는 위반 내용이 중대하고 공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며 "항공안전법은 애초에 대형항공기 사고의 위험성을 고려해 과징금의 기준을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가중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국토부의 과징금 처분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2014년~2021년 4월까지 '항공사의 운항전 후 점검이나 정비절차 미준수' 또는 '이로 인한 결함 발생'의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건은 총 54건인데 이 가운데 49건은 10억원 미만의 과징금이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10억원을 초과하는 5건 가운데서도 이 사건 과징금 액수가 이례적으로 크다"며 "다른 항공사와의 관계에서도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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