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둔 별의 마지막 빛…우린 '악마의 눈'이라 부른다

입력 2021-10-29 17:12   수정 2021-10-29 23:31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 개 이상 있다. 별은 사람과 여러모로 닮았다. 태어나 늙으면서 몸이 쪼그라들고, 죽는 과정을 거친다. 일생 동안 인체에서 활발한 세포분열을 하듯 별도 이런 생명 유지 활동을 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빛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핵융합’이 그것이다.

생애 말기에 다다른 중소형 별은 ‘적색거성’이 된다. 질량이 태양의 0.3~8배가량 되는 별은 적색거성이 되고, 이보다 크면 ‘초거성’이 된다. 별의 중심 핵 내부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핵융합 반응이 더 일어나지 않고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한다. 이때 밀도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 온도가 수억도 이상으로 치솟으면 이번엔 중심핵 외부에 있던 수소가 말려들어 핵융합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별의 외피층이 팽창하면서 전체적 밀도와 표면 온도가 낮아지고, 결국 차갑게 식어 적색거성이 된다.

적색거성 같은 항성 관찰에 필수적인 장비가 허블우주망원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 망원경은 1990년 우주왕복선을 타고 559㎞ 상공 지구 저궤도에 올랐다. 구경 2.4m 반사망원경 등 여러 기기를 탑재한 이 망원경은 자외선과 근적외선 영역의 우주 관측이 가능하다. 그동안 다양한 천체 사진을 촬영하면서 천문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운영하는 허블망원경센터는 31일 핼러윈을 기념해 ‘올해의 무서운 천체 사진’으로 적색거성의 빛이 성간운을 뚫는 모습을 포착한 모습(사진)을 선정했다. 허블망원경에서 지구로부터 사자자리 쪽으로 약 400광년 떨어진 적색거성 ‘CW레오니스’를 촬영한 사진이다. 김효선·이호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과 대만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2011년과 2016년 허블망원경으로 CW레오니스를 관측한 결과를 합성했다.

적색거성이 뿜어내는 강력한 바람(항성풍)은 별 주변에 두꺼운 대기층을 만든다. 이 때문에 중심에 있는 별 자체는 가시광선 영역에선 보이지 않고, 층 사이사이로 새어 나오는 별빛이 주변부와 상호작용하면서 특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천문연 관계자는 “이번 사진에 나타난 별의 중심부는 마치 악마의 노란 눈, 바깥은 그 눈을 둘러싼 이글거리는 연기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많아 ‘악마의 눈’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 ‘잭오랜턴’ 안의 촛불이 눈·코·입 등 뚫린 부분으로 새어 나와 기괴한 느낌을 주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CW레오니스의 중심 밝기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증가한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별 중심에서 뻗어 나가는 방사형 빛줄기가 2016년 관측 시점에 지구에서 바라보는 시선 방향과 거의 나란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와 함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알마(ALMA: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 인프라 등을 활용해 적외선, 전파 영역의 우주 관측을 확대할 것”이라며 “별의 생성과 진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이 구축한 알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해발 약 5000m에 있는 대형 전파망원경 단지를 말한다. 지름 7~12m짜리 대형 망원경 66개가 우주에서 날아온 메시지(전파)를 포착하는 곳이다. 이 전파는 데이터로 변환돼 우주 생성과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활용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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