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반도체…D램값 9% 빠졌다

입력 2021-10-29 17:19   수정 2021-11-08 15:41


“반도체에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 하락 전망이 현실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기업 간 거래) 가격은 평균 3.71달러로 9월보다 9.51% 떨어졌다. 2019년 7월(-11.18%) 후 최대 하락폭이다.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하던 추세가 무너진 것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의 피크아웃(고점통과)이 시작됐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미 가전업체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보복)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 상황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제품 출하량도 함께 줄고 있어서다.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고객사인 PC 제조업체의 D램 재고도 충분하다. 반도체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PC 제조사들은 현재 10주 이상의 D램 재고를 보유 중이고, 일부 회사는 14주 이상의 재고를 갖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재고를 쌓아두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수요도 여의치 않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연말 모바일 수요를 기대하고 있지만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미 생산 감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마이크론에 비해 PC 제품 비중이 작고, 모바일 제품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4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9일 종가는 6만9800원으로 전날보다 1.27%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또한 전날보다 3.29% 하락한 10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10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같은 4.81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공급이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아 연말에도 현재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신영/이수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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