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종전선언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이 종전선언의 ‘순서’를 언급하며 한·미 양국 간 시각차를 인정하고 나섰음에도 정부가 종전선언 관련 외교의 속도를 올리며 시각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30일 “정 장관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왕 장관과 30여분간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며 “양국 장관은 한반도 정세 관련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22일 미국, 23일 일본, 지난 5일 미국, 지난 27일 러시아 외교장관과 양자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지난달 15일 이후 불과 한 달여만에 다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까지 열리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과의 양자 대면회담을 가진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중국 측은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지지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적시에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낙관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과 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 장관이 언급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제안’은 종전선언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은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선언”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이 종전선언 구상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하는 동시에 종전선언의 법적 파급력 등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외교 역량을 종전선언에 집중하며 이미 드러난 한·미 간 시각차를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6일 “우리(한·미)는 각각의 단계에서의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며 양국 간 시각차를 인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8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해 “(한·미 간에) 종전선언 논의가 속도감 있고 지속적이고, 진지하게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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