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블 '이터널스', 오스카 2관왕 감독의 '액션 부족한' 히어로물…느슨한 전개 아쉬워

입력 2021-10-31 17:44   수정 2021-11-01 00:33


성소수자, 청각장애인, 10대 소녀···. 이보다 더 다양한 특성의 캐릭터를 내세운 히어로물은 없었다. 11월 3일 개봉하는 마블의 ‘이터널스’(사진)는 캐릭터, 메시지, 배경 모두 마블 전작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시공간의 범위도 상상 이상이다. 무려 7000여 년 인류사를 관통하고 지구 전체와 우주를 아우른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개가 산만하고, 액션 등 히어로물 특유의 재미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터널스는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노매드랜드는 유목민의 삶을 다룬 잔잔한 느낌의 작품이다. 그런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 히어로물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은 많은 화제가 됐다. 자오 감독은 지난 29일 열린 간담회에서 “노매드랜드는 한 명의 여정을 담고 있지만 그가 환경,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보여준다”며 “이터널스는 거대한 우주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엔 앤젤리나 졸리, 마동석 등이 출연한다. 특히 마동석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만큼 국내 팬의 기대가 크다.

영화는 기원전 5000년 메소포타미아에 히어로 집단 이터널스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이들은 인류의 적 ‘데비안츠’를 처단한 이후, 수천 년 동안 활동하지 않은 채 흩어져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다 다시 데비안츠가 나타나자, 하나둘씩 모여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작품엔 10명에 달하는 히어로가 등장한다. 인종, 성별, 연령 모두를 아우른다. 중국계 영국 배우 젬마 찬이 맡은 세르시를 비롯해 각 캐릭터의 비중을 나눌 때도 다양성을 최대한 고려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 배경도 각양각색이다. 메소포타미아부터 시작해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진다. 서기 400년 굽타 제국, 1945년 일본 히로시마, 현재의 영국과 미국, 우주까지 아우른다.

마동석이 맡은 길가메시도 인상적이다. 불주먹과 시원한 뺨따귀가 돋보이면서도, 따뜻함과 유머가 빛난다. 졸리가 맡은 테나 역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두 배우는 긴밀한 호흡으로 이를 잘 표현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영화의 단점이 크게 부각된다. 과도한 설정이 영화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캐릭터 특성을 하나씩 보여주다 보니 전개가 느슨하다. 여기에 이들이 다시 모이는 과정, 그들의 우정과 갈등까지 일일이 담다 보니 산만하다. 그래서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서사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감독이 히어로물을 처음 만들어서인지 히어로물 특유의 액션과 반전이 주는 통쾌함도 부족하다. 길가메시의 액션을 제외하곤 인상적인 액션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말에서조차 이 아쉬움은 해소되지 못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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