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브랜드지만 해외에서는 ‘K스타일’의 선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펜디, 알렉산더왕, 엠부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협업 ‘러브콜’이 쇄도할 정도다. 지난 9월엔 이탈리아 럭셔리 아웃도어 브랜드인 몽클레르와 ‘콜라보’ 제품을 내놨다.
글로벌 패션 및 유통업계가 젠틀몬스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틀을 깬 파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천 평의 아이웨어 매장을 제품이 아니라 조각과 독특한 공간 디자인으로 채우는 설계 역량이 뛰어나다. 아이웨어(안경, 선글라스)를 만들기 위해 젠틀몬스터는 100여 명으로 구성된 창작자 그룹을 운영한다. ‘미국에 와비파커(1위 안경 스타트업)가 있다면, 아시아엔 젠틀몬스터가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성장세도 가파르다.
김 대표와 사내 창작 집단인 젠틀몬스터랩(연구소)이 주목한 건 ‘공간’이다. 1000평 안팎의 공간을 신화와 미래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하면서 젠틀몬스터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젠틀몬스터의 틀을 깬 공간 실험은 중국 최대 백화점인 SKP를 움직였다. SKP를 운영하는 화롄그룹의 지샤오안 대표가 베이징에 새로운 성격의 럭셔리 백화점을 준비하면서 김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백화점 공간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젠틀몬스터는 2017년 로봇 회사인 위저드를 인수해 창작 집단 젠틀몬스터랩을 신설했다. 전기 신호를 활용해 움직이는 ‘오브제’를 창작해냈다. 독특한 공간을 창출하는 ‘젠몬의 스타일’이 나온 배경이다. 이 같은 독특한 스타일을 눈여겨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2017년 6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7개국에서 2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젠틀몬스터는 2023년 중국 선전에 30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연다. 해외 시장에서의 호평에 힘입어 실적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5년 57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096억원으로 급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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