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덴마크라는 이름에서 ‘여유로운 삶’과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린다. 덴마크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6만908달러의 부국(富國)이다. 유엔 집계 행복지수 순위는 해마다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덴마크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만들고, 일찌감치 친환경 에너지에 눈을 돌린 나라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앞서간다는 유럽연합(EU) 안에서도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57·사진)는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이 상충하는 게 아니다”며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과 3대(代)를 지나기도 전에 세계 최빈국에서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도 환경과 관련한 전략적 협력을 유지해 왔다”고 했다.
영토가 작고 인구도 적지만, 개방과 혁신을 무기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한국과 덴마크의 공통점이다.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채택된 ‘한·덴마크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양국은 “녹색성장 동맹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개발 목표 달성이라는 공동의 비전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덴마크가 이런 의제를 주도하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오일 쇼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에너지를 석유 수입에 의존하다가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경험이 풍력발전 육성으로 이어졌다”며 “친환경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면서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해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이 상충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칼같이 선을 그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범사례’가 바로 덴마크”라는 것이다.
그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 사례가 세계적으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함으로써 단기적인 경쟁 우위를 갖는 나라가 생겨선 안 된다”며 “국제적으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에 부쩍 힘이 실린 최근 국제 정세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세계화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인류에게 유익했다”며 “유아 사망률, 극심한 빈곤율, 문맹률 등이 떨어진 것은 국제무역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마다 자기 나라 주위에 벽을 쌓는다면 가장 취약한 국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 라스무센 前 총리 약력
△코펜하겐대 법학과 졸업
△1998~2009년 자유당 부총재
△2007년 재무장관
△2009년 자유당 대표
△2009년 4월~2011년 3월 덴마크 49대 총리
△2012~2014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
△2015년 6월~2019년 6월 덴마크 51대 총리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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