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에만 두시간 '핼러윈 불야성'…턱스크에 초밀착 아슬아슬

입력 2021-10-31 17:22   수정 2021-11-01 01:09


10월 31일 오후 7시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온통 사람으로 뒤덮였다. 300m 길이 도로를 사람들은 가슴과 등을 붙인 채 거북이걸음으로 걸었다. 고작 10m를 가는 데 5분이 걸렸다. 곳곳에서는 “앞으로 가라” “밀지 마라” “깔려 죽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 맥줏집에서는 외국인 6명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맥주를 마셨다. 대학생 윤모씨(22)는 “오후 7시인데 술집 대기만 57팀”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재작년에 비해서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시행될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코앞에 둔 주말, 수많은 시민이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주요 유흥거리로 몰려나왔다. 거리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점령됐고, 유명 술집은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수십미터 대기줄이 생겼다. 그동안 잠잠하던 대규모 집단감염 우려가 다시 제기되는 등 당분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o 마스크 다닥다닥
이날 밤 이태원 최대 상권인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축제 현장 그 자체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복장을 비롯해 ‘해리포터’ ‘데드풀’ ‘스파이더맨’ 등 각종 인기 영화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마와 볼, 입 주변에 핼러윈 분장을 그려 넣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거나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것)’를 했다. 그러면서 “해피 핼러윈”을 외치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고 포옹을 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거리 입구 서쪽과 동쪽에 마련한 방역 게이트는 무용지물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소독약이 분사되는 방역 게이트를 피해 골목에 들어왔다.

골목 사이사이 술집 대부분은 오후 7시부터 대기 시간이 2시간을 넘었다. 이태원의 한 유명 바는 80명에 달하는 대기 인원이 술집을 감쌌다. 165㎡가 넘는 한 맥줏집 앞에도 50명가량이 입장을 기다렸다. 80㎡ 정도 되는 한 술집에서는 100여 명이 스피커 앞에서 뒤엉켜 춤을 추고 있었다. 대학생 김모씨(25)는 “7시에 왔는데 9시가 돼서야 겨우 술집에 들어왔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영업 종료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확성기로 “즉시 귀가해달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술에 취한 일부 시민은 마스크를 벗은 채 손에 맥주병을 들고 돌아다녔다. 거리는 밤 12시가 지날 때까지 핼러윈을 즐기는 인파로 가득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일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1~2층 규모의 한 헌팅술집 앞에선 오후 7시께부터 55명이 입장을 기다렸다. 간호사 복장을 한 직원이 “1시간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여성 두 명은 발길을 돌렸다.

술집 앞에서 기다리던 강모씨(24)는 “이태원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여기로 왔는데, 여기도 인산인해”라고 말했다. 건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112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가게인데, 7시부터 가득 찼다”며 “오늘은 어느 술집을 가도 만석일 것”이라고 했다.
“기대 우려 공존”
경찰은 지난 29일 서울에서만 272명(7건)을 방역 수칙 위반으로 적발했다. 이태원에서는 일반음식점이지만 사실상 클럽 형태로 운영 중인 업소가 오후 10시 넘어 영업하다가 단속됐다. 강남에서는 무허가 클럽 한 곳이, 마포와 홍대 쪽에서는 집합 제한 지침을 어긴 음식점이 단속에 걸렸다.

이 같은 인파에 자영업자들은 매출 회복을 기대하면서 확진자 증가를 우려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수표동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고모씨(38)는 “4차 대유행이던 지난 7월 당시에는 매출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30% 밑으로 내려갔는데 지금은 70% 이상 회복했다”며 “다음주 예약도 절반가량 차서 모처럼 영업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화점, 식당 등에 대거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는 만큼 확진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고령층은 백신을 맞았더라도 중증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최예린/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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