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먼저 장비주인 베이팡화창을 보겠습니다. 영어 이름이 NAURA여서 나우라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십니다. 선전증시 상장사이고요 종목코드는 002371입니다.
주가는 최근에 370위안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40위안을 넘어본 적이 없는데 올해 초 200위안대로 올랐고요 또 지난 8월에는 430위안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이후 주가는 횡보하는 상태고요.
시가총액은 1800억위안, 약 33조원 정도입니다. 중국 증시에서 순위는 70위권이고요. 중국 증시에 전자 소부장, 소재 부품 장비로 묶는 종목이 330종목 정도 되는데요, 거기서는 4등입니다.
여기서 잠깐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보면요, 작년 기준 전체 시장은 600억달러, 약 70조원 정도 됐습니다. 올해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고요.
장비를 세분화해보면 식각장비 시장이 150억달러로 가장 큽니다.대표 업체는 미국의 램리서치랑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이 있습니다. 이 세 업체가 전체의 90% 이상을 먹고 있고요. 그나마 중국에선 40억달러 정도 되는 시장에서 중국 장비업체들이 30%, 12억달러 정도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인 베이팡화창하고 중웨이가 나눠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의 중국 제재 때문에 유명해진 노광장비가 140억달러, 20%가량 차지합니다.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회사가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고요. ASML이 5나노급 장비를 만드는데요. 중국은 상하이웨이라는 업체가 노광장비를 하긴 하는데 90나노미터를 이제 막 개발한 수준입니다.
베이팡이 주력으로 하는 부분은 좀전에 말씀드린 식각장비와 CVD PVD 같은 증착장비들입니다. 시장 규모는 120억달러 정도 되고요. 중국 시장은 30억달러 안팎입니다. 금속 회로 같은 게 반도체에 달라붙도록 하는 기계들이고요. 증착장비도 모두 아까 말씀드린 미국 일본 3개사가 50% 이상 확보하고 있는데 그나마 식각장비보다는 베이팡화창 같은 후발업체들 점유율이 조금 높은 편입니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고객사는 한정돼 있습니다. 설계업체들하고는 거래할 일이 없고요. 공장을 갖고 있는 파운드리나 IDM(종합반도체업체)들인데 워낙 투자가 많이 들어가서 세계적으로도 몇 개 없습니다.
중국 장비업체들은 현실적으로 중신궈지나 훙화반도체, 쯔광그룹이 세운 메모리업체 창장춘추 정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 늘릴 전망이어서 수주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업계를 제제한 방식은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 부품을 중국의 제재 대상 기업에게 팔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겁니다. 반도체 설계부터 최종 생산까지 미국 기술이 안 들어간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제재 대상 업체들은 손발이 묶여버렸습니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EDM이라고 부르는데요, 미국의 케이든스와 시냅시스가 과점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이 소프트웨어로 5나노 공정 설계까지 했는데 막혀버렸고요. 또 장비에서도 미국 업체들이 압도적으로 강한 상황입니다.
중국은 미국 제재에 제대로 한 방 맞은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서 나갈 길도 명확합니다. 장비업체를 키우는 겁니다. 지금은 수준이 떨어지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면 경쟁력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팡화창 순이익은 올 상반기에 3억위안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상반기에 비하면 60%가량 늘었습니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주가수익비율, PER도 너무 높게 올랐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은 220배입니다. 내년하고 2023년 예상실적을 대입해도 각각 150배, 120배 수준입니다.
그런데 중국 증시를 보면 배터리 대장주 CATL이 150배고요, 전기차 뿐 아니라 자동차 시총 1위인 비야디는 390배에 달합니다. 금융주들은 대부분 10배가 안될 정도로 전통산업이냐 미래산업이냐 차이로 주가도 엄청나게 벌어진 상황입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고요 종목코드는 603986입니다. 영어이름은 기가디바이스인데,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기가디바이스로 불리기 때문에 오늘은 기가디바이스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기가디바이스는 주력 제품이 플래시메모리고요, 차차 MCU 매출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플래시메모리로 많이들 낸드플래시를 생각하실텐데요. 기가디바이스가 하는 건 노어플래시입니다. 낸드는 영어에서 낫(not)과 앤드(and)를 합쳐서 나온 말이고요, 노어는 낫(not)과 오어(or)를 합친 말입니다.
낸드는 직렬식이어서 정보를 기록하는 셀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구조가 간단해서 저장 용량이 크고요. 노어는 병렬식이어서 셀이 바둑판처럼 돼있고 각 셀마다 회로가 연결돼 있습니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데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어려운 게 단점입니다.
노어플래시는 저장용량 한계 때문에 한때 성장세가 둔화됐다가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오면서 노어반도체의 장점이 다시 부각됐고 시장도 커지는 추세입니다.
기가디바이스는 세계 노어플래시 시장점유율 20% 정도로 3위에 올라있습니다. 대만업체들이 1~2위를 하고 있고요.
기가디바이스의 매출에서 MCU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3%였는데 올 상반기에는 21%로 늘어났습니다.
이 회사도 실적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매출은 2015년 12억위안에서 작년 45억위안으로 5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커졌고요. 순이익은 작년에 9억위안을 했는데 이것도 같은 기간 동안 여섯 배 늘어난 겁니다.
올 상반기에는 벌써 매출 36억위안에 순이익 8억위안을 올렸습니다. 작년 상반기보다 모두 두 배 이상 커졌습니다.
실적 전망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은 올해 80억위안, 내년 107억위안, 2023년 140억위안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업이익은 올해 17억위안, 내년 23억위안, 2023년 30억위안으로 예상되고요.
주가는 8월에 235위안까지 갔다가 최근에는 150위안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1000억위안 안팎이고요. 이 회사 PER도 만만찮은데 예상실적 기준 올해 59배, 내년 45배, 2023년 35배 수준입니다.
이 회사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전세계 메모리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요.
반도체 굴기를 하겠다는 중국은 설계업체는 아주 많고 역량도 높고요, 파운드리도 세계 5위 SMIC가 있는데 메모리는 불모지나 다름없습니다. 칭화유니그룹 계열 창장춘추와 창신춘추 정도 신생업체가 이제 막 양산을 하는 단계고요. 기가디바이스는 현재 창신춘추한테서 설계 용역을 받고 있는데 자체 설계한 D램도 내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싱가포르국부펀드가 투자금을 댔다고 하고요.
다음은 중국 팹리스 중에서 시총 1위인 웨이얼입니다. 웨이얼이라는 이름은 영어의 윌, will을 중국식으로 읽은 거고요. 영어 이름인 윌세미컨덕터, 윌세미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고 종목코드는 603501입니다.
윌세미는 2007년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출범했고요, 그 이후 M&A로 덩치를 불려왔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M&A는 2019년에 수퍼픽스와 옴니비전을 인수하면서 이미지센서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겁니다.
윌세미 매출은 2017년 24억위안에서 2018년 97억위안으로 뛰었고요, 2019년 136억위안, 2020년 198억위안, 올 상반기 124억위안으로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윌세미에 인수된 옴니비전 역사를 먼저 보면요, 이 회사는 1995년 대만 엔지니어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했고 2016년 중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됐다가 다시 윌세미로 넘어왔습니다. 옴니비전은 이미지센서를 처음엔 휴대폰에도 공급하다가 방향을 틀어서 자동차나 산업용에 집중했는데요, 이미지센서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윌세미로 인수되면서 본사와 시너지를 내는 부분도 있고 또 스마트카 관련 기술이 개발되면서 차량용 이미지센서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서 다시 성장세를 되찾고 있습니다.
윌세미는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 10% 정도로 소니, 삼성전자, 미국의 온세미컨덕터 다음 4위입니다. 그런데 자동차용 이미지센서에선 온세미가 62%, 윌세미가 20%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부문에선 소니가 3등이고요.
게다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인 화웨이나 오포 비보 샤오미 이런 회사들이 자국 기업인 윌세미 제품을 더 많이 쓰는 추세이고요, 스마트폰 자체에 들어가는 센서 수도 늘어나면서 스마트폰 관련 매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옴니비전이 그동안 확보했던 벤츠나 테슬라 같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에다가 중국의 창안이나 창청 지리 같은 업체를 추가하면서 고객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윌세미는 옴니비전 인수 전에는 매출에서 외국기업 비중이 17%였는데 인수 이후에는 이 비중이 39%로 늘어나면서 중국 시장에 편중됐다는 약점도 극복하는 모습입니다.
주가는 8월초에 328위안까지 올랐다가 이달 초에 220위안까지 떨어졌고요, 최근에 다소 회복하면서 250위안대까지 올라왔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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