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Z세대(1996~2010년생)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더는 이들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한데 묶어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한 소매업체 관리자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는 이유로 유급 휴가를 쓰겠다는 Z세대 직원들 때문에 고민이다. 한 보충제 회사 관리자는 Z세대 직원으로부터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는데 8시간 근무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진땀을 뺐다.
한 생명공학 스타트업에서는 신입 사원이 회사 설립자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우리 회사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Z세대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마케팅 회사 JUV 컨설팅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지아드 아흐메드는 최근 한 컨퍼런스장에서 한 Z세대 직장인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 직장인은 아흐메드 CEO에게 "우리 회사의 마케팅은 나의 진보적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조언해달라"고 했다. 이에 아흐메드 CEO는 "당신을 인턴이 아니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NYT는 밀레니얼 세대가 속속 직장 내 관리자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2008년께에도 이와 비슷한 풍경이 관측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온다'와 같은 제목의 칼럼이 쏟아졌고, 여기에는 "이들(밀레니얼 세대)은 상사에게 미리 요가 수업 스케줄을 알려주고 조기 퇴근을 예고한다"와 같은 조언들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이를 '요즘 애들은 효과'(kids these days effect)라고 부른다. 심리학자 코트 루돌프는 "이런 현상은 수천 년 간 반복됐다"며 "사람들이 어린 사람들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 관리자들은 현실적으로 세대 구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은 물론 마케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NYT는 밀레니얼 세대가 업무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이 취업하기 시작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무실 근무에 익숙하다는 것도 Z세대와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작년과 올해 회사 생활을 시작한 Z세대는 자유로운 원격근무가 익숙하다.
세대 간 마찰은 밀레니얼 세대가 설립한 스타트업에서 더 분명히 나타난다고 NYT는 전했다. 약초로 만든 보충제를 판매하는 플랜트피플의 공동 창업자인 가비 케네디(30)는 "Z세대 직원들은 자기 시간을 확보하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창립 멤버들은 고객의 피드백을 재빨리 확인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익숙하다"면서 "그러나 신입 직원들은 이런 근무 방식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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