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타고 약 배송"…바쁜 간호사 업무 돕는 자율주행 로봇 보니

입력 2021-11-01 16:44   수정 2021-11-01 16:45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4층 약제실 앞 간호사가 ‘U+약재배송로봇’의 서랍에 약품을 넣고 상단 스크린에 표시된 5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충전대에 있던 로봇이 움직이며 배송을 시작했다. 로봇이 4층 엘리베이터 앞에 멈추자 곧이어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간 로봇은 5층 간호사 병동에 도착해 약품을 배송했다. 로봇은 이동 중에 복도에서 여러 환자와 큰 짐을 만났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피해가거나, ‘주행 중’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내보냈다.

김상일 H+ 양지병원 원장은 “U+약재배송로봇은 목적지를 설정하면 여러 층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5층에 간 후 바로 다른 층도 다녀올 수 있다”며 “배송을 마치면 자동으로 충전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U+약재배송로봇은 LG전자 로봇 기술과 LG유플러스의 네트워크 기술이 합작된 로봇이다. 라이다(LiDAR) 및 초음파 센서, RGBD 카메라 등과 가상공간 맵핑기술(SLAM)이 탑재돼 목적지로 자동 운행하면서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해간다.

LG유플러스는 병원에 LTE 중계기를 촘촘하게 구성해 로봇의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설혜정 LG유플러스 플랫폼사업2팀 책임은 “로봇에 라우터(네트워크간 통신을 중개하는 장치)도 내재해 엘리베이터를 타도 끊김 없는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높이 130cm의 로봇은 4개의 칸으로 구성돼 칸당 최대 15kg 제품을 실을 수 있다. 한 층당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15분 내외였다. 설 책임은 “별도 충전 없이 5시간 동안 초속 1m로 이동하고, 서랍은 암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어 약제 분실 걱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H+ 양지병원이 지난 9월 국내 중소병원 중 최초로 U+약재배송로봇을 투입한 이유는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약재배송은 매일 2번 직원 5명이 투입됐던 단순 반복적인 업무였다”면서도 “로봇이 이를 대신해줘 간호사가 본 업무인 환자 케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대면 접촉을 줄여줘 병원 내 2차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로봇이 병동을 돌아다니자 분위기가 다소 처진 병동 환자들이 신기해하고, 특히 어린 환자들이 호기심을 갖는 등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H+ 양지병원은 이러한 로봇의 효과가 소요된 비용보다 얻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배송로봇의 경우 개발비용과 로봇 단가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이 수천만 원 수준인 것으로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김 원장은 “로봇은 약재배송 업무 외에도 고객민원 처리, 노인 환자를 대신해 진료 접수 서비스, 병원 동행안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은 로봇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내 공모전도 진행했다.

김 원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병원과 방역 현장에서 마스크 착용여부, 체온측정, 검체이송 등 로봇 활용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본원은 향후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 로봇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료서비스를 확대, 스마트 의료환경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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