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사이의 가장 큰 오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비롯됐다. 미국 영국 호주의 새로운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출범 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됐다. 미국이 앞으로 외교정책에 태평양 지역을 중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듯 유럽 대륙을 떠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도발은 미국을 덜 고립적으로 만든다. 중국이 야망을 드러낼수록 미국 대통령은 세계 우방들과 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유럽인들은 이 새로운 국면에서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심지어 독일까지 태평양 지역에 군대를 보냈다.
미국인들은 이들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지만 태평양 지역에서 유럽 국가의 군사적 지원은 아프간에서의 지원만큼 미국에 다가오는 의미가 크지 않다. 유럽의 지지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중요했지만 태평양 지역에서는 그 무게감이 덜하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조치가 있다. 유럽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자원을 원활히 옮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중국을 감시하는 국제시스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유럽 국가들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힘쓰면서 중국 지도자들에게 세계 규범을 준수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납득시킬 수도 있다.
이런 생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유럽 외교 역량을 약화시킨다. 미국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는 공포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유럽인들은 미국이 없는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를 살아간다고 여기고 있다.
이런 오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고립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이 재개되고 왕래가 늘어나면 조금씩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왜곡된 인식이 유럽 정책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미국은 유럽 국가와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In Europe, Confusion Reigns About the U.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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