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인수합병) 협상이 아니라 이수만 선생님 앞에서 오디션을 치르는 느낌입니다.”(인수 후보 관계자)
올 한 해 가장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M&A 소식은 단연 1세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매각이다. HOT, SES 등 1990년대를 수놓았던 아이돌그룹에서 보아, 소녀시대, 엑소, 샤이니, 에스파까지. 10~40대 대부분이 한 곡 정도는 흥얼거릴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산실인 SM엔터를 창업해 지금의 규모로 키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경영권을 시장에 내놓으면서다.
업종 특성 탓인지 유독 협상장 밖에서부터 많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듀서가 현 시가총액의 두 배인 4조원을 요구하고 있다” “에스파가 예상보다 더 성공하자 매각하지 않기로 의사를 바꿨다” “수십~수백억원의 연봉을 요구했다” 등 여러 설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M&A처럼 투자은행(IB) 등 뚜렷한 자문사가 있는 거래도 아닐뿐더러 공식 절차가 정해져 있지도 않다 보니 이 프로듀서의 의사결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시장의 소문처럼 이 프로듀서가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오히려 공개 매각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다. 스스로도 K팝의 ‘창시자’로 자부하는 이 프로듀서의 ‘은퇴 무대’다 보니 실제 가격 외에도 여러 조건이 논의되고 있다.
이 프로듀서는 ‘출제 의도’를 넌지시 밝히기도 했다. “하나의 선생님이 없어지면 K팝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체계화시켜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올해 7월 세계문화산업포럼(WCIF) 기조연설자로 선 이 프로듀서의 발언이다. 자신을 지칭해온 ‘선생님’에 빗대 은퇴를 앞둔 고민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한탕 사기’ ‘조폭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연예기획사 사업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IPO)해 20여 년간 이를 유지했다. 하이브 등 후배 제작사들이 IPO 시장에 등장하고,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저스틴 비버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SM엔터가 닦은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런 가운데 개인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는 등 어두운 면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이번 M&A의 관건 중 하나는 그가 구축한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해 ‘이수만 없는 SM엔터’에 대한 청사진을 누가 더 뚜렷이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현재 새 주인으로 CJ E&M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SM엔터로서는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70세를 맞이한 지금까지 레드벨벳 멤버의 앞머리 방향까지 챙기는 이 프로듀서의 ‘디테일’은 당분간 어떤 새 주인이 오더라도 대체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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