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SK가스와 E1이 이달 LPG 공급가격을 전월 대비 ㎏당 165원씩 올렸다. 인상폭을 기준으로 하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 부담 등의 이유로 가격 인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일 LPG업계에 따르면 가정용·상업용으로 쓰이는 프로판 가격은 이달 ㎏당 1310.58원, 택시 등 수송용 연료인 부탄 가격은 1702.46원이다. 프로판과 부탄 가격은 201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하반기 들어서만 각각 31.5%, 25.4% 상승했다.
LPG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국제 가격 인상이다. SK가스와 E1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로부터 매월 통보받은 국제 LPG 가격(CP)을 기준으로 국내 공급 가격을 정한다. 아람코는 지난달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전월 대비 각각 t당 132.5달러씩 올린 800달러와 795달러로 책정했다. 다섯 달 전인 지난 5월과 비교하면 각각 61.6%, 67.4% 올랐다. 국제 유가가 치솟자 가스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는 설명이다. 1년 전 배럴당 40달러 선이던 두바이유는 이날 기준 81달러 선까지 올랐다. LPG를 들여오는 데 드는 해상 운임도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사실상 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가격을 쉽게 조정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가격이 바뀌는 휘발유 경유와 달리 LPG는 한 달에 한 번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국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때는 이를 국내 가격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SK가스와 E1은 지난달 국내 공급가격을 동결해야 했다. 정부가 8월 LPG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격을 적기에 인상하지 못하던 SK가스와 E1은 지난달 국제가격이 t당 132.5달러까지 폭등하자 이달 국내 가격을 조정했다. LPG업계 관계자는 “㎏당 200~300원가량의 인상 요인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업체들은 이달에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 셈”이라고 밝혔다.
다음달에도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람코는 이날 1월 국제 LPG가격을 프로판은 t당 70달러, 부탄은 t당 35달러 인상했다. 이 국제가격은 국내에선 다음달 반영된다. 정부는 업계와의 간담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LPG 가격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 회사는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가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E1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0억원으로, 전 분기(370억원) 대비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목표로 공공요금 등을 동결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가격 인상 요인만큼 국내 요금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