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회복기 현금 지원이라니…세수 태부족, 연내 지급 불가능"

입력 2021-11-01 17:38   수정 2021-11-0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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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잇따라 주장하자 기획재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만 공식적인 반응은 극도로 아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간) 관련 질문에 “로마까지 와서…”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주장 자체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만큼 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 후보의 주장처럼 재난지원금을 연내 추가 지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남은 올해 추가 세수가 어느 정도일지는 이달 중순 취합돼 국회에 통보된다. 11조~13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의 40%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교부한다. 교부금을 빼면 이 후보 주장대로 1인당 30만~50만원은 불가능하며 10만원 남짓만 지급할 수 있다. 거대 여당의 일방 통행으로 지급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내년 예산안이 다음달 중순 국회에서 의결되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추가 세수는 세계잉여로 분류돼 내년으로 넘어간다. 연내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앞으로 한 달 반 이내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정부가 안을 완성해 발표하고도 국회 통과까지 통상 한 달 안팎이 걸리는 점과 야당의 반발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세계 주요 국가 중에는 코로나19 피해에서 회복되는 시점에 재난지원금 형식의 보편적 현금 지급을 시행한 곳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75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복지성 예산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프라와 관련된 것으로 현금 지원 성격은 아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최근 대응은 코로나19 이후 생산성 향상 투자이며 굳이 분류하면 한국의 뉴딜정책과 내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상당수 국가는 코로나19 회복과 함께 재정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영국은 긴급 재정지원 종료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순차입 비중을 지난해 16.9%에서 10.3%로 줄이기로 했다. 일본도 2020년 GDP 대비 12.9%에 이른 재정적자를 내년 3.3%까지 대폭 낮춘다. 올해 재정적자 상한선을 GDP의 0.5%로 설정한 독일은 2023년부터 신규 차입 규모를 줄여갈 계획이다. 프랑스는 공공지출 증가율을 내년부터 2027년까지 연 0.7%로 제한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다수의 국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서면서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 측면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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