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국내 기업에 맡긴 데 이어 백신 원부자재와 장비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도 속속 한국에 둥지를 틀기로 해서다. 정부는 백신 및 원부자재 산업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제2의 반도체’로 키우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고 민간기업의 생산과 수출을 적극 돕기로 했다.
지난 9월 글로벌 바이오기업 싸이티바(옛 GE헬스케어 생명과학부문)도 2024년까지 한국에 5250만달러(약 620억원)를 투입해 세포배양백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한국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낙점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 기업이 만드는 원부자재를 갖다 쓸 ‘핵심 고객’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이 한국에 있어서다.
코로나19 백신만 해도 그렇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휴온스글로벌과 한국코러스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얀센 백신 위탁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생산 물량은 더욱 늘어난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분야의 최강자로 꼽힌다. 싸토리우스, 싸이티바는 삼성이나 셀트리온 공장 옆에 둥지를 틀어야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제조는 관련 업체가 한데 모여 ‘클러스터’를 이뤄야 시너지가 생긴다”며 “삼성과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구축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에 더 많은 해외 기업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공장·연구센터 건설에 1조5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연구소 건립에 2700억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신축에 2260억원을 쏟아붓는다.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와 수출마케팅 지원 확대, 글로벌 특허 전략 제공 등으로 화답하기로 했다. 또 기술력은 있지만 돈이 부족한 14개 백신·원부자재 기업에 연말까지 18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 산하에 ‘분석특허팀’을 신설해 백신산업 관련 특허 보고서를 제작하고 기업별 맞춤형 특허 전략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백신 파트너가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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