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요소수 대란

입력 2021-11-02 17:26   수정 2021-11-03 00:11

대형 화물차들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다. 디젤(경유) 차량에 꼭 필요한 ‘요소수(尿素水)’를 넣기 위해서다. 간신히 요소수를 구해도 넣을 수 있는 양은 겨우 10L 정도다. 나머지 20~30L를 채우려면 또 다른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한다. 주유소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촉매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은 요소(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된 2015년 이후에 등록한 디젤차는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국내 화물차 362만 대 중 절반가량인 170만 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디젤 승용차에도 필수적이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평소 10L에 1만원 이하이던 값이 지난달 중순 1만5000원을 넘더니 어제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10만원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 진열대는 텅 비었다. 화물트럭의 요소수 10L당 주행거리가 300~400㎞에 불과하니, 기사들은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중국이 요소 수출을 갑자기 금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요소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호주산 석탄 반입을 중단하는 바람에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달 중 요소수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화물차뿐 아니라 대형 유류운송차와 택배트럭 등의 운송이 중단돼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시외·고속버스와 전세·관광버스, 소방·구급차, 공사장 포클레인까지 멈출지도 모른다. 운전기사들은 “지난달 초부터 품귀 조짐이 일었는데 정부는 뭐 하다 이 지경을 만들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도 중국과 협의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긴급 물량을 들여온다 해도 내년 1월에야 도착할 전망이다. 다른 공급원을 찾지 않는 한 영국의 주유대란이나 미국의 항만·수송 마비 같은 사태가 머잖아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그렇잖아도 중국발 에너지·원자재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까지 1년이나 걸리는 판국이다. 요소수 부족에 시달리는 물류업계에 이어 농업용 요소비료까지 구하기 어렵다니 내년 봄 농사는 또 어떻게 짓나 걱정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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