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유언대용신탁 찾는 이유…본인 의지대로 상속 가능

입력 2021-11-02 15:47   수정 2021-11-02 15:48

최근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상담 및 계약이 늘고 있다. 금융회사마다 여러 가지 상품명(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신탁’이라고 한다)을 쓰고 있지만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위탁자가 본인 재산을 신탁하면 신탁회사가 이를 운용해 수익을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이때 계약을 이중으로 맺는데, 지급 방식·조건을 정하는 계약(유언대용신탁)과 신탁재산별 운용에 대한 내용을 정하는 계약(개별신탁계약)을 각각 맺는다.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해 위탁자 생전에는 본인 또는 다른 수익자가 수익을 얻고, 위탁자 사후에는 위탁자가 지정한 수익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식으로 지급 방식·조건을 정한다.

신탁한 재산을 운용하기 위해 신탁 재산별로 개별적인 계약을 추가로 맺는다. 이 두 계약의 관계는 유언대용신탁으로 정한다. 개별신탁은 유언대용신탁 내용에 포함되고, 모순되는 내용이 있는 경우 유언대용신탁을 우선 적용해 전체 계약 내용을 위탁자의 의지 또는 유지대로 이뤄지도록 한다.

유언대용신탁을 이루는 개별신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전과 부동산을 어떤 식으로 운용하느냐다. 금전을 신탁한 회사는 위탁자 지시대로 신탁회사가 판매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해 신탁 기간 동안 운용한다. 위탁자의 운용 지시를 통해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고 안전성 높은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이때 위탁자가 일반 입출금 통장처럼 수시 출금을 원하는 경우 단기신탁상품에 가입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보통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하는 경우 위탁자 생전에는 위탁자가 신탁 기간 동안 출금할 수 있고, 신탁 재산이 최대한 안전하게 사후 수익자에게 이전되길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기신탁상품인 특정금전신탁(MMT) 등을 활용한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부동산을 신탁하면 개별신탁으로 보통 부동산관리신탁계약(을종)을 체결한다. 이 신탁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만을 관리·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계약 내용으로 신탁회사는 신탁부동산의 등기부상 소유권만을 관리하고, 소유권 이외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 및 유지관리행위 일체는 위탁자 또는 수익자 책임으로 처리하도록 정해 놓는다.

따라서 을종관리신탁의 경우 위탁자는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회사로 이전하지만 임대권한은 그대로 가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 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등 소유권 제한 행위가 어려운 부동산담보신탁과 차이가 있다. 신탁부동산을 거래하는 경우 어떤 신탁부동산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고 이는 신탁원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체결된 유언대용신탁계약 사례를 살펴보자. 위탁자는 90세 이상의 고령으로 재산 중 금전을 위탁자 후손에게 장학금 형식으로 물려주고자 신탁계약을 맺었다.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방법으로 유언, 사전증여도 있는데 신탁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유언대용신탁 계약이 위탁자의 다양한 의사를 특약으로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위탁자는 금전을 신탁하면서 생전에는 언제든지 필요할 때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정해 이를 생활비로 쓰고, 남은 재산은 위탁자 사후에 지정한 사후 수익자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위탁자는 친족으로 구성된 장학회를 만들고 본인의 사후 장학회에서 현재 또는 앞으로 태어날 후손 중 장학생을 선발한다. 은행에 장학금 지급을 신청하면 신탁재산 중 요청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전의 운용을 정하는 개별신탁계약과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정하는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통해 위탁자의 유지를 얼마나 잘 반영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다.

곽종규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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