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누가 할래?"…"저요 저요" 애널들 미묘한 신경전

입력 2021-11-03 11:30   수정 2021-11-03 13:54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카카오페이가 3일 증권 시장에 데뷔했다. 이에 증권가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핫한 종목을 선점하려는 기싸움이 한창이다. 플랫폼 기반 기업인 카카오페이를 '금융회사'라고 딱 잘라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인터넷·IT 분야 애널리스트들도 제 몫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증권사들마다 카카오페이를 맡은 애널리스트의 소속 섹터가 갈린다. 금융·지주 분야(섹터)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도록 한 증권사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에선 인터넷·게임 섹터 애널리스트가 카카오페이를 전담하기로 했다.
별도 핀테크 섹터도 신설… 카카오페이가 증권가에 쏘아올린 공
국내 증시에 핀테크 기업이 상장된 건 카카오페이가 처음은 아니다. NHN한국사이버결제·KG이니시스 등 전자지급결제대행(PG) 회사나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케시 등이 이미 기업공개 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으로 상장된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시가총액이 2조 미만으로 업종의 구분이 없는 스몰캡(중소형주) 섹터에서 담당해 왔다. 커버리지 종목으로 편입해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내는 경우가 많지 않고 실적 발표를 전후해서만 리포트가 나오는 정도였다.

카카오페이는 규모와 인지도부터 차이가 크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첫날인 이날(3일) 시초가가 공모가 9만원의 2배로 결정된 뒤 오전 11시1분 기준 시초가 대비 4.72% 웃도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24조509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14위다.

스몰캡 섹터의 취지와 맞지 않다보니 금융이나 인터넷·IT 섹터가 담당해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종목인만큼, 리서치센터 내부에서도 커버리지(분석 대상)로 욕심을 내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많이 읽히는 리포트'가 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일부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 간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태다. 실제 <한경닷컴>이 국내 리서치센터 13곳을 취재한 결과 카카오페이를 담당하는 섹터는 회사별로 달랐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카카오페이를 금융 섹터에 배정했다. 미래에셋·대신·삼성·KB·키움·교보·IBK투자증권 등 7곳이다. 현대차·이베스트·유진투자증권 등 3곳은 인터넷 분야 애널리스트들이 다루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라는 뿌리에 중점을 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전담 섹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일부 증권사는 새로운 섹터를 만들거나 협업을 하기도 한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페이 상장 등을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최근 리서치센터 내 '핀테크 섹터'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섹터를 보조해온 정광명 연구원이 전담하게 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인터넷·게임 담당의 이문종 연구원과 은행·카드·지주 담당의 김수현 부장(연구원)이 협력해 리포트를 내놓기로 했다. 두 섹터에서 함께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사안에 따라 비중이 높은 섹터에서 개별 리포트를 내놓는 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결제뿐 아니라 증권, 보험, 자산관리 등 확장해 가며 본질적으로 금융산업을 안고 가는 기업"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수많은 유관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데다 금융 분야는 데이터가 전문적이다보니 다른 섹터가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상장 안 한 카카오패밀리 아직 수두룩… "누가 맡냐" 경쟁 격화할 듯
문제는 이렇게 섹터를 특정하기 어려운 종목이 향후 계속해서 나올 것이란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커머스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인터넷과 운송·자동차, 카카오커머스의 경우 인터넷과 유통 등 섹터 간 마찰이 심화할 수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자회사인 토스뱅크 등도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국내·외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세부적으로 담당자들이 구분된 중대형 하우스에서 플랫폼주 관련 기싸움이 심한 편"이라면서 "아직 상장 시기조차 요원한 기업이라도 하더라도 애널이 관리하면서 선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플랫폼주들이 자회사 분사와 상장을 추진하면서 '누가 담당하느냐'를 갖고 말들이 많다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섹터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인 만큼 실보다는 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산업계 전반이 융합, 융화하면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한 명이 해당 섹터의 모든 기업들을 담당하기보다는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합치는 시대가 온 듯하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국한된 섹터의 시각에서 발표되는 리포트만 보는 것보다 다양한 섹터의 의견이 반영된 분석을 읽으면 종목 선별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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